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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주변에 귀신을 보는 사람이 한두 명씩은 있지 않나? 이는 기가 허해서 그렇다거나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다.
50대 후반의 운전기사 와히드 씨는 귀신을 본다며 신경과 의사를 찾았다. 이 의사는 바로 '아웃사이더'의 저자 마수드 후사인이다. 의사는 여러 문진을 통해 그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음을 예감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움직임이 느리고, 몸이 경직되어 있으며, 몸을 떤다. 걸을 때 팔을 흔들지 않으며, 균형 감각을 잃고,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의사는 와히드의 뇌 영상을 찍기로 했다. 또한 도파민 뉴런을 살펴보는 영상도 촬영했다. 도파민 뉴런이 감소하는 뇌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과 레비 소체 치매이다. 이 두 질환에서는 환시, 주의 산만, 인지 장애, 그림을 제대로 따라 그리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와히드가 레비 소체 치매임을 밝혀냈다.
그래서 의사는 리바스티그민을 처방했다. 이 약물은 뇌의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인다. 이 화학 물질의 농도를 높이면 뉴런 사이의 소통이 개선되고, 감각적 지각도 개선될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흔히 사소한 환각을 겪는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울리지도 않은 전화벨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주머니 속에 있지도 않은 휴대전화 진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감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왜 무엇인가를 지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보고 듣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변 세계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앞으로 들려올 소리나 정보를 미리 예측한다.
시각적 처리 과정이 떨어지면 시야에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사전 기대가 생기고, 그 결과 환영을 보게 된다. 와히드는 약물을 처방받고 증상이 개선되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7명의 사례를 다룬다. 본인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남이 볼 때는 정신병자 같지만, 그것은 뇌 기능의 이상으로 생긴 현상이었다.
갑자기 만사가 귀찮아진 사람은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 걸려서였다. 왼쪽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은 무례한 것이 아니라 뇌의 오른쪽 마루 겉질이 손상되어서였다. 갑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 된 사람은 이제야 착한 아이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이마 관자엽 치매 때문이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문제들은 뇌 기능 문제였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고 호전된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하다. 실제 환자와 있었던 일을 쓴 과학 에세이이다. 작가는 스토리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뇌 과학 정보와 자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제시한다. 환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 덕분에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사람들의 신경학적 원인을 밝혀내 적합한 치료를 해주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분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나는 까치 출판사의 팬이다. 까치는 전문 서적이 많고, 본문 글밥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 까치 책보다 글밥이 3분의 2 수준도 안 된다. 그런데 책값은 비슷하다.
그런 점으로 보아 대중을 겨냥한 책 같다. 책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이 책으로 뇌와 자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책 몇 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