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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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허몽족들은 밤에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다초(dab tsog)라는 요괴가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마치 주성치의 서유기 선리기연에 나오는 요괴와도 비슷하다. 그 요괴도 자는 사람의 호흡을 빨아들여 죽인다.



허몽족들은 마을에 주술사에게 부적을 받거나 제물을 바치거나 해서 요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라오스를 탈출한 소수민족 허몽족들이 미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술사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들은 다초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원인불명의 수면 돌연사가 시작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허몽족들도 줄줄이 죽어나갔다. 이들이 미개한 것 같은가?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호주 원주민의 주술사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뼈로 지목한다. 그럼 그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이 저주를 받은 사람은 죽는다는 믿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나도 스무 살에 피시방에서 디아블로 2로 밤을 새우다가 머리 좀 식힐 겸 유머 게시판을 봤다. 거기서 누가 귀신을 봤다는 체험담을 읽었고, 마지막에 이 글을 읽는 너도 볼 것이라고 아주 그럴싸하게 잘 써놨다. 덕분에 나는 생전 처음 가위눌림을 경험했고, 읽었던 내용 그대로의 귀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원이 차단된 냉동창고에서 얼어 죽은 사람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춥지도 않은데 냉동실에 갇혔다는 생각으로 얼어 죽은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암 판정을 받고 몇 달 만에 죽는 경우도 많이 봤을 것이다. 이제 자신의 믿음이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플라세보효과와 노세보 효과]

나는 작년에 ADHD 약을 복용했고, 그 약의 수십 가지 부작용 중 발기부전이라는 단어가 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실제 발기부전을 경험했다. 약을 중단했더니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할 확률도 높다. 이런 현상을 플라시보 반대말인 노세보 효과라고 한다.


평생 전자파 민감증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전자파의 위험성을 알게 되면 갑자기 민감증이 생긴다. 글루텐 민감증도 모르다가 알면 생긴다. 수면 부족에 대한 위험성도 모를 땐 모르다가 알면 생긴다 ㅋㅋㅋ


플라시보와 노세보 효과 모두 상상이 아니라 실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이루어지는 생리적 변화이다. 플라세보효과를 보면 위약을 먹어도 뇌에서는 아편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생성한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두개골에 갇힌 뇌의 특성 때문이다.



[뇌, 예측 기계]

우리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단 이미 아는 것들의 예측을 토대로 재해석한다. 우리는 우리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방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다.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만 해석한다. 그게 더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뇌는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과 타인의 관찰한 결과, 문화적 규범을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을 예측하도록 진화했으며, 이 예측 과정이 앞으로 수행할 일들에 대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대비하게 된다. 즉 우리의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쪄"
"나는 잠을 설치면 다음 날 폐인이 돼"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녹초가 돼"
"나는 체육 종목은 젬병이야"
"나는 그림을 못 그려"
"나는 밀가루만 먹으면 소화가 안돼"
"오늘은 집중을 많이 해서 뇌를 혹사시켰으니 쇼츠 좀 보고 치킨을 좀 먹어야겠어"


사람은 스스로가 정해놓은 한계가 있다. 물론 그냥 생긴 것은 아니다. 과거의 반복되는 경험들을 토대로 형성되는 믿음이다. 하지만 사실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트럭에 깔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엄마가 트럭을 들어 올렸다는 비슷한 보고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피지컬을 오버하는 힘을 쓰면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예측 가능한 능력만을 할 수 있도록 한계를 설정한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가 없는 사람이다. 추운 겨울에 맨손으로 작업을 하고도 손 시린 줄 모르고, 잠도 평생 4시간만 주무신다. 접시에 야채들을 풍성하게 담아서 많이 먹는 것처럼 뇌를 속이는 식사를 하신다. 매일 사람들이 찾아오고 좀 쉴라치면 또 손님이 오시지만 모두 환대하신다. 하루 종일 산더미 같은 일을 해놓으시고 밤에 책을 쓰신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버지는 신앙인이다. 신앙인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의 능력에 온전히 맡기시고 믿어버린다. 믿음이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책은 신에게 위탁하지 않고도 우리의 한계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의 기대를 재조정하여 더 건강하고, 더 활력 있고, 더 향상된 재능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뉴에이지 사상이나 미신 같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책이라 훨씬 신뢰가 가서 강추하는 책이다.


비슷한 책 하나 추천하겠다. 캘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힘 이다. 스트레스가 잘 활용하면 이롭다는 내용의 책으로 기대의 발견과 일맥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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