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오늘을 비추는 사색 2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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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만한 상품이 되기 위해 진정한 자기를 잃어버린 나 같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까치에서 출판한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 중 하나인 "에리히 프롬"이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정리한 입문서이다. 에리히 프롬의 여러 저서들을 들어 그의 철학 세계를 설명해 준다. 기시미 이치로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기대 이상으로 정리를 잘해주셨다. 에리히 프롬의 책은 작년에 두 권 읽었지만, 앞으로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겠다. "삶의 기술"을 터득하여 "진정한 자기"로 거듭나 "사랑"을 베풀고 사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엄청난 지혜가 담겨있는 말이다.



[1. 삶의 기술]

기술이라 하여 어떤 노하우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을 넘어선 훈련 같은 것이다. 인간은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왜 결과물은 모두 다른가? 그것은 행복의 수단을 잘못 선택해서이다. 그 선택지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있는 힘이 바로 삶의 기술이다. 이것을 터득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으로 배움에 임해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의심하고 사색할 줄 알아야 한다.


"진실을 직시하여, 나의 운명에 무관심한 우주 안에서 내가 기본적으로 혼자이며 고독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 자신을 책임지고 나 자신의 힘을 활용해야만 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85p>




[2. 진정한 자기로 거듭나기]

우리가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이유는 군중이 모두 그렇다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 잘 적응한다는 것도 알고 보면 현명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책 속에 소개된 신경증을 앓고 있는 청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에리히 프롬의 환자였는데, 사회생활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에 대해 프롬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대다수, 즉 정상인들은 너무 잘 적응한 나머지 자신을 모조리 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도구화되면 모순으로 넘치는 현대 사회 한복판에서도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못한다."<160~161p>



그러면서 신경증적인 사람은 자신을 지키는 싸움에서 끝까지 항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실 불합리하고 모순 투성이다. 인간관계 역시 가면을 쓴 채로 이어간다.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이런 사회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 없거나,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럼 진정한 자기로 거듭나기란 무엇인가?



"사람은 자기 개성을 관철하기만 해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다."<159p>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 그것은 혼자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군중에서 떨어져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



"양심이란 자신에게 "옳은가?"라고 묻는 목소리에 "네"라고 대답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없으면 자신이 한 일조차 정말로 자신이 했다고 말할 수 없다."<66p>



우리 자신의 힘을 활용하여 우리 안에 내재된 가능성을 실현해야 한다. 타인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질투나 선망 등 비합리적인 감정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 생산성이라 부르는 힘이 나온다. (이 부분은 아티스트 웨이가 생각났다.)



이렇게 내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거듭나면 이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3. 사랑을 베풀기]

사랑을 베푼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은 사랑을 받으려고 한다. 사랑받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건 사랑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본 요소 4가지를 소개하겠다. 이것을 보고 나는 사랑을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었구나를 느꼈다. 당신은 몇 가지가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자.



첫째, 배려 :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염려한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다면 사랑도 없다.(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게 배려의 모습이다.)


둘째, 책임 : 책임은 외부로부터 강요당하는 의무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본인의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응답하는 태도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밤중에 복숭아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귀찮아서 니가 깎아먹으라고 했다가 딸아이가 칼에 손가락을 베였다. 나는 책임감이 없는 아빠였다.)


셋째, 존중 :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독자적인 개성을 알아주는 일이며, 상대를 위하고 상대가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단 내 가치관에 맞추어 보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넷째, 지식 : 누군가를 존중하려면 먼저 그 사람을 뼛속까지 알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은 배워서 얻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먼저 내주고 타자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안다고만 생각하지 진정으로 알지 못한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주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강력함과 풍요함을 경험한다고 한다. 사랑을 받고 싶을 때, 삶이 힘들 때,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에리히 프롬이 알려줄 것이다. 리뷰에서 다 담지 못한 프롬의 주옥같은 철학을 기시미 이치로를 통해서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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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서포터즈 2기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남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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