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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 ㅣ 오늘을 비추는 사색 1
우메다 고타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평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우메다 고타
"삶은 고통이다."
이 말을 누가 했더라? 니첸가? 니체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이 말은 쇼펜하우어가 한 말이다.(물론 그가 최초는 아닐 것이다.) 또한 삶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쇼펜하우어 하면 염세주의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좋아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고통의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났을 때, 좋은 곳으로 갔을 거란 믿음을 가지면 슬픔을 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 좋은 곳이 있다면 아예 거기서 살 것이지, 왜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고통스럽게 살다 가는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 부여한 지위를 한 단계씩 잃어가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 인간은 신이 만든 창조물이 아니라 진화를 거친 동물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 또한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까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라는 것을 믿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내가 속한 사회에서 세뇌당한 생각일 수 있다. 현시대에 우리가 세뇌당한 생각은 바로 물질 만능주의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를 빼고 삶을 직관하였다.(여타 철학자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얻은 결론이 바로 "삶은 고통"이며, 고통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그의 저서들을 통해 주장했다.
이 책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담은 잠언집이 아니다. 난해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의 세계를 쉽게 설명해 주는 입문서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인 어린 시절과, 그가 주장한 "구도 철학", "처세 철학", "의지의 부정" 등 어려운 개념을 풀어서 설명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도 쇼펜아우어 책은 하나도 안 읽어봤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철학이 대강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있었다. 용어들이 좀 난해한데, 내가 한 번 더 쉽게 설명해 드리겠다. 쇼펜하우어는 인도철학과 불교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내가 볼 때는 기독교 사상과도 비슷한 면도 있었다.
먼저 그의 세계관을 보자. 쇼펜하우어는 관념론을 주창한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물리관이며 실재론이다. 반대로 내가 없이는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자론을 띤 개념이 바로 관념론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사물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인식된 사물일 뿐 그 사물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주관에 비친 객관, 즉 "나"의 모니터에 비친 사물일 뿐이다."<54p>
관념론을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사실 허상이 된다. 그 허상은 우리의 의지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그것을 "삶의 의지"라 하였다. 삶의 의지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면 유전자가 시키는 일이다. 바로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일이다.
"신체에 드러난 의지는 지성에 이끌린 "자유의지" 따위가 아니라 "삶의 의지"이며, 지성 역시 그 의지를 따르고 있다. 모든 의지를 목적 없는 의지 또는 살고자 하는 의지, 즉 삶의 의지로 규정한다."<64p>
쇼펜하우어는 알고 있었다. 우리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의지 또한, 신체의 본능에 좌우된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를 부정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내 의지라고 하는 것은 결국 유전자가 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고, 그것은 종족의 번식 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지가 바라는 일은 허상을 좇는 일에 불과하다.
기독교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죄인이기 때문에 내 생각과 의를 도말하고 성령의 말씀으로 살라고. 쇼펜하우어 역시 말한다. 의지를 부정하고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고통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라고.
쇼펜하우어는 감언이설을 하지 않는다. 삶을 직시하는 법을 일러준다. 그리고 인용된 몇 개의 문장들을 보니 위트도 있다. 위트라기보단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웃음이 나오는 문장들이다.
"사회생활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상연되는 희극이다. 멍청한 자들은 이런 상황에 매우 만족하겠지만 속이 꽉 찬 자들은 그 때문에 사회생활이 한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상태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자신에게 혹시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이다면 애초에 별것 아닌 인간이었을 테니 어떻게 살든 상관없다."
ㅋㅋ 뭔가 무례한 거 같으면서도 뼈 때리는 문장들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 입문서이다. 책이 작고 귀엽다. 요즘 명품 허세 말고 책 허세가 유행이라던데,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읽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주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150p 가량 되어서 2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에 대해 아는 척도 해볼 수 있고, 앞으로 읽을 쇼펜하우어 책들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까치 글방에서 이번에 출간한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는 총 6권이다. 다음 리뷰 예정인 미움 받을 용기의 기시미 이치로가 쓴 에리히 프롬도 있고,(기대 기대) 미셸 푸코, 한나 아렌트, 장자크 루소, 카를 마르크스가 있다. 이번 기회에 6인의 철학 도서들을 예쁜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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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서포터즈 2기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남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