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단한 책이 나왔다. 2년 전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의 그 경이감 보다 더 크다. 원자, 원소, 유전자, 세포, 미토콘드리아를 주제로 한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대기 중인 책들도 십여 권 된다. 대기 중인 책들은 안 읽어도 될 정도로 이 책에서 원하는 정보를 다 얻었다.



내가 이렇게 감탄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해 보겠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주제

우리는 우리가 별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 우리의 몸이 수천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 보다 더 작은 유전자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 유전자는 뭘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 정체가 바로 원자이다.



헤모글로빈은 574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9,272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 근육세포인 티틴(titin)은 54만 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정말 아득하다). 그래, 우리의 세포가 원자로 이루어진 줄 알겠다. 그런데 원자들, 정확히는 별 먼지들이 어떻게 생명을 이루게 되었는가?



그 비밀을 알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둘째, 인물들의 서사

빌 브라이슨,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작품들처럼 어떤 주제를 잡고 그것의 역사를 나열한 작품들을 읽으면 웅장해진다. 왜냐면 어떤 이론을 밝혀내기 위한 인물들의 노고와 그 서사를 책에 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칼 세이건은 세 번 결혼했다. 그중 첫 번째 부인 마굴리스 역시 과학자이다. 그녀는 우리 세포 내부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관계를 밝혀냈다. 쓰레기 연구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15번의 거절 끝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프레드 호일은 원소가 어디서 왔는지를 발견한 최초의 과학자였다. 그는 교사들의 멍청함이 싫어서 무단 결석을 했고, 노골적으로 전통을 무시하고 경멸했다. 사귀기 어렵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셋째, 정갈한 글솜씨

이 책은 4부,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잘 만들어진 과학 책들이 그렇듯이 적절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그리고 그것을 밝혀낸 과학자들의 여정을 뒤쫓다가 장엄한 결론을 도출한다. 그 후 새롭게 생긴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다음 장으로 안내한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이 책에도 통한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다가 후반부에서 작가의 정리가 시작된다. 그때부턴 필사투성이다. 마지막 100쪽 분량을 읽고 쓰는 데에 3시간이 걸렸다.



이런 글쓰기는 리처드 도킨스의 방식과도 흡사했다. '진짜 배운 사람의 글쓰기가 이런거구나'를 느꼈다. 댄 레빗이란 작가가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다큐멘터리 제작자였다. 이 분이 또 책을 낸다면 믿고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생명의 경이로움

우리는 지구에 물이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행성에 물이 있으려면 엄청난 우연히 필요하다.



"우리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물의 일부는 서로 충돌해서 지구를 처음 만들었던 먼지에서 응축된 것이었다. 혜왕 성과 명왕성 사이에 있는 카이커 벨트에서 출발한 혜성, 태양계 바깥 오르트 구름에서, 목성 근처 암석 소행성에서도 물이 도착했다."<128p>



거의 모든 분자가 별이 폭파하는 초신성에서 생겨났고, 그것이 먼지가 되어 떠돌다가 별이 만들어지고 행성이 만들어졌다. 지구별은 수억 년간 여러 충돌과 격변 끝에 복잡한 유기 화합물이 형성되었다. 그 복잡한 과정은 책에서 확인하길 바라며, "그래 그 원자들이 왜 합쳐지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원자들끼리 달라붙어서 복잡한 분자구조를 이루는 이유는 인력과 반발력 때문이다. 열은 세포의 분자를 무작위로 진동하고 충돌하게 만드는데 이 힘은 허리케인보다 강력하다. 끊임없는 충돌이 세포 안과 바깥으로 분자를 밀어내고, 단백질의 모양을 바꾸고, 효소의 이동을 도와준다.



그럼 원자를 먹고 어떻게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걸까? 그 답은 식물에 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당을 저장한다. 우리는 직접 식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는 동물을 먹거나 해서 그 당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당을 먹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ATP가 세포에서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분자에게 운반한다.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매초 1억 개의 ATP가 소모된다. 이런 일이 우리 몸에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식물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당을 얻어내는 과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멸종하면 식물은 잘 산다. 누가 고등한 존재인지는 증명할 길이 없다.



"식물이 죽더라도 그 속에 들어있는 원자는 죽지 않는다. 우리의 영혼이 환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몸에 있는 원자는 크고 작은 여러 유기체에서 전생을 보낸 것이 분명하다." <286p>



내가 뽑은 이 책의 명문장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끝없이 윤회와 환생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몸의 주인은 대체 누구일까?



"인간도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조율되어 있어서, 깨어 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상관없이 자신이 작동하고 있는 세포의 집합체이고, 자신이 성취했다고 착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세포가 자신을 통해서 성취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고는 한다." -알베르 클로드 <368p>



우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 과학 입문서로도, 과학 중수에게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