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부터 1950년대까지, 유럽회화를 중심으로 영국 BBC방송이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위대한 그림 220점을 미학적 관점에서 한 장씩 골라보도록 각색해서 엮은 책이 이 책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그림들 - <모나리자>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하더라도, 이 책 안에는 새롭게 만나는 그림들이 참 많았다.
저자는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마음의 여백을 채운다는 뜻이라고 했다. 각자 보는 시점과 상황에 따라 마음을 두드리는 그림이 다름이리라. 더 찾고 싶은 그림이 있을 수 도 있고 말이다. 작가는 미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그 작품을 보는 이는 작가의 감정과 함께 자신만의 해석으로, 또 그 시대와의 소통으로 빚어내는 다채로운 맛과 아름다움을 맛보게 한다.
먼저, 표지 그림이 독특했다. 아니, 처음 보는 그림이라 누군가의 설명이 절실했다. 위대한 그림220점 중 표지를 장식한 그림이니 더더욱 궁금했다.
이 그림은 스코틀랜드 화가 헨리 레이번(Henry Raeburn, 1756~1823)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라는 작품이다. 1949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후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화가의 사후로 100년이나 지나서 빛을 본 그림이라니.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 시기에 그려져 지금은 스코틀랜드 문화의 아이콘으로 간주되는 그림이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자유로운 배경과 달리 촘촘히 그려진 로버트 워커 목사의 모습.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자제력에도 불구하고 목사가 마음속으로는 낭만적인 사람,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작가의 방식이라는 것, 배경과 인물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해석하고 풀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