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없는 피아노 소원우리숲그림책 18
박종진 지음, 오승만 그림 / 소원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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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없는 피아노


박종진 글, 오승만 그림

소원나무


시가 없는 피아노? 처음에 이 책 제목을 보고 시(詩,poem)와 피아노가 어떤 관계일까 생각했다. 물음표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겼는데, 아. 그 시가 아니었다. 도레미파솔라시~할 때의 시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책 표지의 다정한 할아버지와 아이, 그리고 '시'소리가 안나는 피아노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걸까.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에 새로 이사온 밤톨이네 가족. 그것도 바로 옆집이다. 할아버지는 목소리크고 스스럼없이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이며 싹싹하게 구는 밤톨이가 영 못마땅하다. 그런 밤톨이가 하루는 몸을 웅크린채 밖에 앉아 있었다. 밖에 꺼내놓은 피아노때문이었다. 그러다 다음 날 다시 헤헤 거리는 밤톨이. '시'건반만 소리 안나는 그 피아노를 버리지 않고 쳐도 된다는 엄마말을 듣고 나서였다. 피아노 소리조차 시끄럽다고 피아노 버리니 조용하겠다고 좋아하던 할아버지가 옆에서 툴툴거리신다.


이쯤되면, 나같으며 사사건건 좋은말 한 번 안해주는 할아버지랑 데면데면해질거 같은데, 엄마의 심부름으로 할아버지의 집에 음식을 가져간 밤톨이는 할아버지가 혼자사시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말을 한 참 쏟아내던 밤톨이가 돌아간 며칠 뒤, 밤톨이는 '시'없는 노래를 찾아서 할아버지에게 찾아온다.


이 하나가 빠졌다고 사람을 버릴 수 없고, 시 소리가 안난다고 해도 그 음이 없는 곡을 찾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함께 살던 가족과 어떤 이유에서든지 헤어지고 홀로 거한다면 그만큼 예민해지고 가시돋힌 모습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할아버가 곰살맞게군 밤톨이에게 괜히 모난소리를 해댄것도 미리 상처받지 않기위한 방어막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이해가 되어도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밤톨이가 이사를 가고 나서야 밤톨이를 계속 떠올리는 할아버지. 진작 그 마음을 받아주었더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텐데.

아이가 남긴 피아노, 시가 없지만 '시'가 없는 곡을 연주 할 때는 상관없이 예쁜 소리를 내는 피아노. 

나이가 들고 이가 빠지고 볼품없어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할아버지는 소중하다고 밤톨이가 전해주는 메시지 같다. 피아노 소리가 울리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고 곁에 사람을 두는 할아버지 될 것을 밤톨이는 알았던 것일까.


철없는 할아버지같이 곁을 쉬이 내어주지 않으려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찾아와, 지금 가진 것으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시가 없는 피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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