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 아버님은 나를 낳으시고, 우리 어머님은 나를 길러 주셨네. 내 그 은혜를 갚고자 하면 저 하늘과 같이 끝이 없네.‘사람의 자식 된 자가 부모에게 그생을 받았으니 성명(性)과 피와 살은 모두 부모가 주신 것이다. 그래서 숨 쉬고 호흡하게 되며, 기운과 혈맥이 통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 몸은 나의 사사로운 물건이 아니고 곧 부모가남겨 주신 기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프다. 우리 부모님이시여! 나를 낳으시느라 애쓰셨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모두 부모가 길러 준 은혜를 입고서도 자기 힘으로 그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만일 이렇게 그대로 세월을 보내면 끝내 충성되게 부모를 봉양할 시기가 없을 것이다.

날마다 하는 일이나 또 아무리 짧은 시간일지라도 부모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 뒤에라야 비로소 효도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만일 몸가집을 삼가지 않고 말을 하는데도 법도 없이 그저 웃고 노닐면서 세월을 보내는 자는 모두 그 부모를 잊은 자다.

제 부모를 사랑하는 자는 감히 남을 미워하지 못하고, 제 부모를 공경하는 자는 감히 남을 업신여기지 못한다. 이렇게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제 부모에게 다하고 보면 덕스러운 가르침이 백성들에게까지 미쳐서 천하가 본받게 될 것이니 이것은 대개 천자가 해야 할 효도이다.

대체로 하늘이 낳은 물건과 땅이 길러낸 물건 중에서 오직 사람이 제일 위대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위대한 사람을 부모가 온전히 낳아 주셨으니 자식된 자로서 온전한 몸뚱이로 돌아가야만 과연 효도라고 할 것이다. 즉 자기 몸뚱이를 망가뜨리지 말고 자기 몸을 욕되게 하지 않는것이 바로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몇 발자국 걸음을 걷는 동안에도 잠시도 이 효도를 잊지 않는 법이다.

증자는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스스로 정성을 다했다고 하는 자는 없을 것이니 이것은 반드시 그 부모가 죽었을 때의 일이다."과연 부모가 죽어서 장사 지내는 일은 실로 부모를 섬기는 큰 예절이다. 여기에 자기의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면 어디에다 그 정성을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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