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체제들은 사기업의 단기적 이익을 지속적인 축적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복속시키기 위해국가에 힘을 보태주었다. 반면에 현 체제는 사적 투자자의 즉각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자본에게 국가와 대중을 훈육할 권한을 부여한다.

부채를 통한 축적이 중심을 이루는 체제로 나아가게 된 것은 국제 질서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서였다. 여기에서 중심으로 한편으로는 자본통제·고정환율·금태환성의 브레튼우즈식틀을 해체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용도를 경제 자유와 담당기관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두 조치 모두 미국이 추진한 것이었고, 미국의 패권을 장기화하는것이 목적이었다.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전반적으로 ‘정부 없는 거버넌스‘의 시대, 달리 말해 ‘동의‘라는 체면치레조차 내팽개친 지배의 시대다. 이 체제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용의 막대한 부분을 다스리는 강압적 규칙의 알짜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니다. 대신 유럽연합, 세계무역기구, NAFTA, TRIPS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대체한다.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 위기는 다른 위기들과 긴밀히 얽혀 있으며,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의 없어서는 안 될 한 지류다. 따라서 전반적인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러니까사회 질서의 뿌리와 가지를 변형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정치적 기능 장애는 더 이상 객관적이지 ‘만‘은 않으며, 서로 상관관계에있는 주체적 요소와 함께 한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대중이 기성 정치에서 이탈함에 따라,
옛날 같았으면 논평가들이 ‘즉자적 위기‘라고 말했을 것이 ‘대자적 위기‘가 됐다. 가장 극단적단절은 2016년 글로벌 금융의 두 주요 요새에서 벌어졌다. 유권자들이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설계자들을 따끔하게 혼내준 것이다.

내가 여기에서 그리고자 한 대안은 민주주의가 현재 겪는 진통을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제도적구조에 내장된, 심층적 모순의 표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우리의 사회질서를 뒤흔드는 전반적 위기의 한 구성요소로 바라보자는 말이다. 이러한 해석에는 내용상의 장점만이 아니라일정한 실천 지침을 제시한다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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