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고위 임원들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폭로하는 헤드라인의 홍수 속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들에게 경제 안정의 책임이 있다거나 어떻게 해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실업률을 완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여봐야 서글픈 진실을 놓칠 뿐이다. 바로 이런 격변을 불가피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책입안자들이라는 진실이다.

흔히 나타나는 단서들은 이렇다. 저금리의 유혹에 넘어간 주택 소유자들이 빚을내어 빚을 갚는다. 개인과 기업 투자자는 원래대로라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는금융 자산을 손에 넣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빌린다. 정부는 거대한 예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돈을 차입한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규제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긴 점심 식사를 즐긴다.

코로나19로 정체되고 부채의 늪에 빠진 경제를 소생시키기 위해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 및 재정 정책 입안자들은 신중함을 내던지기로 했다. 그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했던 것보다도 더 느슨한 통화, 재정 및 신용 정책을 수용했다. 그러나 위험 성향이 높고 낭비벽이 있는 사람들에게 느슨한 자금 및 이전지출(移轉出)을 통해 재정을 지원해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2008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했던 전직 펀드 매니저 빌황(Bill Hwang)을 떠올려보자. 황의 이름은 2021년 초반 그가 운영하는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Management)가 파산했을 때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개인 투자 흐름을 지켜본 한 투자분석가는 "과거 단타투자가 특정 테마 종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새로운 세대는 세계 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자산 거품 속에서 돌고 도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탈중앙화 금융(Defi,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부나 은행 같은 중앙기관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금융 서비스-옮긴이) 및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한 종류로 각각 고유값을 지니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옮긴이)의 유행은 호구개미투자자들에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주입해 이 무법지대에 익숙한내부자들에게 홀랑 속아 넘어가게 했다.

제로 금리 시대가 너무 오래 유지되자 금융시장은 공짜 돈으로 거대한 자산과 신용 거품을 먹여 살리는 카지노로 변모했다. 양적 및 신용 완화는 공공과 민간 부문이 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었다. 과도한 재정 부양책은 좀비 회사들을 구제했고 주식(그중에서도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과 부동산, 사모펀드, 스팩, 암호화자산, 밈 주식, 국채, 고수익 및 고등급 회사채, 대출채권담보부증권(CollateralizedLoan Obligation, CLO)을 비롯한 이색 신용상품, 그림자 은행, 헤지펀드 투자 등을 뒷받침했다.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구제금융은 모든 유형의 자산 가격을 높였다.

거품은 2021년 말에야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행된 대규모 통화, 신용 및재정 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 보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연준을 시작으로 중앙은행들은 처음엔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인 양 행동하다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게 확실해지자 그제야 양적완화와 신용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초,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마침내 인플레이션 상승 때문에 엄격한 긴축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가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조치로 금리가 인상되어 자산 가격이 하락했다. 금융 긴축이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을 부채질하자 위험자산 가격은 더욱 내려갔다.

경기침체나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거시경제학자들은 어떻게든 대공황만은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30년대가 또다시 반복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은 경제 시스템이 시장 붕괴 및또는 경기침체로위협받을 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앙은행은 돈을 투입할 수 있었고 의회는 지출을 늘릴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은 디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힌 적이 거의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짧은 기간 동안 표면 위로 드러난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장기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것은 일본이 유일했다. 1990년 이후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넘어 무려 20년 넘게 지속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성장은 둔화되고 소비는 부진했다. 한때 활력에 넘쳤던 경제에서 부가 빠져나갔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그야말로납작해졌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디플레이션및 불황에 대처하는 경제 전략을 저술한 걸출한 대작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이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소비자의 손에 돈을 쥐어주는 대규모 통화 및재정 부양책을 지지했다.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의 수익도 늘어나 더 많은 노동자를고용할 수 있게 된다.

케인스 이론이 불후의 가치를 지닌 것은 분명하나 우리는 대공황이 우연히 찾아온무고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소비를 멈추고 야성적 충동을 잊어버려 나쁜 일이 생기는게 아니다.
유례없는 수요 붕괴를 경험한 이유가 단순히 비관주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이 아니라면 어떨까?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왜 갑자기 한꺼번에 비관적으로 변한 걸까? 그 이유는 자산과 신용 거품으로 필요조건이 무르익어 경제 붕괴로 이어졌기때문이다.

현재 평시 회복기에 미국의 공공 및 민간 부채의 합은 대공황 당시의 최고치와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쟁 부채마저 능가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대공황 속에 있는 것도 아니며 전쟁 중도 아니다. 불길하고도 전례 없는 흐름이다.

저금리와 신용, 재정 부양책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진 값싼 돈은 결국 후속 자산과 신용에 또 다른 호황과 불황주기의 씨앗을 뿌린다. 각각의 주기를 겪을때마다 언제나 더 많은 부채가 쌓인 채로 변곡점에 도달하게 되고, 우리는 그제야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그나마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로만깨닫게 되는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잘못 분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총 수요가 예상외로 감소했을 때 인플레이션에 ‘목표 미달‘이라는 딱지를 붙인다(최근 수십 년 동안은 목표가 2퍼센트 미만이었다). 중앙은행가들은 나쁜 디플레이션이나 로플레이션은 항상 잘못되거나 위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금리를 고집스럽게 낮게 유지하고 장기 자산 구매와 같은 비전통적인 정책을 지속한다. 로플레이션을 지속적인 경제 약세의 조짐으로 인식하고는 또다시 데자뷔처럼 대출과 지출을 부추기는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입법부와 정책입안자들은 기록적인 낮은 실업률과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스웨덴 증시는 1989년 한해 동안 42퍼센트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며칠 뒤 부동산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스웨덴의 한 주요 금융회사는 일일 현금흐름에 필수적11 Egy인 단기융자 만기를 연장할 수가 없었다. 2008년에 월스트리트 기업들을 쓰러뜨린것과 똑같은 흐름이었다. 엥글룬드에 따르면 "위기가 시장 전체로 퍼져나갔고 며칠MARIN만에 시장이말라붙었다."

1996년에 이르러서는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는 나스닥 시장의 급격한 상승과 경제적 붐을 불러일으켰다. 닷컴거품의 시작이었다. 이따연준은 통화 및 신용정책을 강화해 거품을 부풀리는 차입을 억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호시절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는 주주들은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축제를 끝낸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아시아 통화 위기와 예기치 못한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자본이 말라붙었다.

레버리지가 높은 헤지펀드들은 자금을 융통하는 데 필수적인 유동성이 희박해지자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을 대표하는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순자산의 거으100배에 이르는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이는 100만 달러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중 99만 달러가 담보대출인 것과 같다. 금융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헤지펀드는 손실을 메워야 한다.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손실은 치명적이었을 뿐만아니라 전염성까지 있었다. 이 헤지펀드의 파산은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붕괴외경기침체로 몰고 갔다. 미국의 주요 은행 및 외국 은행들로 이뤄진 채권단은 연준이 구제금융에 나서도록 필사적으로 압박했다. 가뜩이나 닷컴 주식에 얽매여 경기가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은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 때문에 휘청거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2020년 후반 그리고 2021년 즈음이 되자 팬데믹의 약세와 함께 엄청난 부채와급증하는 재정 적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느슨한 통화 정책이 우리 앞에 과제로 놓였다. 이번에는 정책입안자들도 교훈을 얻었을까?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 그들은 부채를 발행하는 대신 돈을 찍어내 막대한 적자를 충당하려는 새로운 경향을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정책입안자들은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뿐만 아니라 부채의화폐화를 중앙은행의 영구적 역할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규칙과 규제가 등장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개별적인 금융기관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이제는 필요에 따라 더 큰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IMF는 "개별적인 금융기관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경고했다. "정책입안자들은 금융 시스템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폭넓은 접근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목표를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동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하라는 말을 멋들어지게 표현한 셈이다.

케인스 학파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호황과 불황의 드라마에 대해상반된 해결책을 제시한다. 케인스 학파는 당국의 개입을 선호하고, 오스트리아 학파는 구제금융보다는 긴축과 부채 구조조정 또는 삭감을 주장한다. 만일 정책입안자가 오스트리아 학파이고 시장이 거품이 터지기 시작해 총수요 붕괴가 나타나는단계에 있다면,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또 다른 대공황이 촉발될 수도 있다.

나는 그 중간을 선호한다. 유동성이 부족한 경제 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모든 정책입안자가 케인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쉬운 돈, 쉬운 신용, 완화된 재정은 결국 불황 주기를 촉발하기 때문에 영원히 케인스 이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쉬운 돈에 중독되기 전에 반드시 거기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부채가 늘고, 치부를 가린 독립성이라는 무화과나무 잎까지 떨어진 지금 중앙은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더이상 장기적인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에 모든 변화의 바람에 영합하는 정치인과 레버리지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단기목표를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면 쉬운 돈과 신용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고 레버리지시장이 붕괴를 피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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