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말 세계 부채(민간 및 공공)는 세계 GDP의 350퍼센트를 훨씬 넘어 섰으며, 지난 수십 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고(1999년에는 세계 GDP의 220퍼센트)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특히 급증했다. 이제껏 선진경제나 신흥시장에서 부채 비율이 이 정도 수준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거주 가능하고 진보적인 세계에서 국가들은 성장을 억제하지 않고도 상환 가능한 수준의 부채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채무를 건전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성장을 촉진하고 경기침체를끝내기 위해) 침체기에는 부채를 늘리고 회복기에는 부채를 갚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넘어서면 국가는 부채를 갚을 현실적인 능력도, 가능성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럴 때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국가와 지역, 나아가 전 세계가 경제가 역성장하는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 세계 소득증가율이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예측가능한 시나리오에서 국가와 기업, 은행 및 가계가 상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있다. 금리가 0 이나 마이너스였을 때 감당 가능했던 부채는 이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해야 하기에 더는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알뜰하든 낭비가 심하든 지금 우리는 대출자와 차입자의 삶이 바뀔 변곡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머지않아, 앞으로 10년 안에 언제든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모든 부채 위기의 어머니‘가 등장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1980년대의 미국 부동산 붕괴와 그로 인한 저축 및 대출 은행위기, 1990년대 초반 스칸디나비아 3국의 금융위기, 1992년 유럽환율제도 통화위기,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그 뒤를 이은 극심한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1998년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모담았던 롱텀 캐피털 메니지먼트의 파산,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붐에이은 거품 붕괴 및 관련 기업들의 부도, 주택 및 신용 붐과 2007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2010년대 초반 유로존 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호황과 불황 주기는 점점 더 많은 공공 및 민간 부채를 발생시켰다.

1980년, 금리가 두 자릿수에 이르면서 심각한 출혈이 발생했다. 당시 미 연준 의장인 폴 볼커가 치솟는 유가로 비롯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었다. 외채 상환 금액이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외채를 달러로 상환해야 하는 신흥시장의 달러보유고가 고갈되었다. 해외 채권자들의 독촉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미국통화가 필요해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브라질 및 기타 중남미 산유국들은 더 많은 부채와 차입을 비롯해 해결책을황급히 모색하기 시작했다.

1997~1998년에는 동아시아가 색다른 형태의 부채 위기를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건전하고 성공적인 경제를 유지하고 있던 아시아의 네 국가가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는 신흥시장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위기의 형태가 중남미와 비슷하다는 데 놀랐다. 공공 외채 급증에 이은 중요 상품에 대한 수요 붕괴였다.

금리 상승으로가 파산하도록압박감에 시달리는 정부는 부채 상환 능력이 감소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정부놔둘 것인지, 아니면 채무불이행의 한 형태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부채를 청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충격이 가장 먼저 목격될 곳은 아마도 각 회원국에 자국의 통화 위기를 방어할 자체 중앙은행이 없는 유로존일 것이다.

자본세는 실물 자산 및 금융 자산 소유자를 압박한다. 금융 억압은 평소에는 다른 모든 이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데 익숙한 금융 부문에 비용을 떠넘긴다. 긴축 정책은 알뜰하고 분별력있는 대응처럼 들리지만 이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촉발되기 전까지일 뿐이다. 경제 성장은 유일하게 환영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부채 때문에 계획이 위축되면 전망이 가장 어둡다.

경제 성장과 결합된 신중한 부채는 미래 세대에도 부담을 주지 않으며 현재 삶의 질을 높인다. 경기침체처럼 불운한 시기에 돈을 차입하면 경기침체를 완화할 수 있고, 풍요로운 시기에는 기초재정(이자 지불을 제외한 예산 잔액)을 흑자로 운영해 부채 비율을 줄이고 안정시킬수만 있다면 부채도 절대적으로 괜찮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사회복지 비용을 부담하려는 의지가 적은 편이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 여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공화당은 종종 집권 중에 세금을 깍아주는 한편 지출 및 복지후생 프로그램의 삭감을 병행하는 척하지만 대개는 실패한다.
한편 민주당은 종종 세금을 충분히 인상하지 않은 채 관대한 사회적 의제에 돈을 지출한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미국의 경제 생산량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빠르게 유럽을 따라잡고있다.

정부나 민간이 받는 단기 융자는 장기 융자보다 금리가 낮아 몇 달러를 더 절약할 수 있지만대신 높은 잠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융자 기간이 만료되면 재융자를 받기가 어렵다. 월스트리트 기업 베어 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에 배웠듯이 만기불일치(단기 부채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 비유동성 자산을 운영하는 것)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기업 및 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정부 역시 자본과 부채의 균형에 주의해야 한다. 대외 수입액이 수출액을 초과하면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종종 해외 융자로 적자를메우거나, 부채가 아니라 자기자본과 같은 외국은 직접투자로 막을 수도 있다. 재무부는 이자부담을 줄이고 싶더라도 정부는 대개는 부채를 선호하는데, 외국인 직접투자는 천연자원이나국영기업,전력망, 기타 민간자산 기업에 대한 최소한 일부 통제권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부채 문제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어도 인기 있는 해결책이 하나 있다.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부채를 얻는 것이다. 지금껏 100년이 넘도록 경제학자들은 긴축재정과 재정 부양책 중 무엇이 더 나은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오스트리아 경제학파는 부채와 적자가 높을 때 긴축에 뿌리를 둔 해결책을 선호한다.

영국의 전설적인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제자들은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대한다. 이들은 대공황을 지적하면서 빌린 현금을 투입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야정 부양책이 고통스러운 불황과 지급 불능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장에 반한다면 개

2007년 세계 경제 위기 때 IMF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와 의견을 같이했다.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국가들에 긴축재정을 강요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IMF가 ‘대체로 국가개정의 문제 (It‘sMostly Fiscal)‘의 약자라며 금융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오늘날에는 그 반대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듯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부상한 통념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해져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로 돈을 빌리는 미국 및 다른 선진경제는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러도 공식적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이 좀 더 온화한 형태의 채무불이행이 되어 장기 고정금리 채무의 실질 가치를 축소한다.

대기업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면 정부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그 증거가 바로 뉴딜 정책이다. 정부는 끊임없는 프로젝트로 경제에 현금을 투입했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고 은행을 활성화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고 예술가들을 동원해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현재 40~50대인 X세대는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일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여부는 노령 및 유족 연금 신탁기금 상태에 달려 있다. 현 상태로는 2033년에 지급 불능(자금 고갈)이 예상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1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오늘날의 선진경제는 현직 노동자와 급증 중인 퇴직 노동자에 대한 재정 약속을 이행할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 한국처럼 고령화되고 있는 일부 신흥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대안에 점점 더 심하게 매달리고 있다.
바로 절대로 갚을 수 없는 빚에 의존하는 것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 결과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2년 <세대충돌>의 저자 로런스 코틀리코프와 스콧 번스는 미국의 ‘공식적‘공공 부채와 미적립 채무를 포함한 ‘실제‘ 부채액의 차이를 비교했다. 그들은 이 차이를 ‘재정 격차‘라고 부른다. 당시 그들이 계산한 공식 부채는 11조 달러였다. 한편 실질 부채는 무려 211조 달러였다. 이런 경보가 이미 울리고 있었음에도 정책입안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포괄적 사회복지제도의 유산 덕분에 유럽과 일본은 가장 가파른 언덕을 오르게 되었다. 고령화는 미국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에 연금보장은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더 관대하다. 한세대전에 노동자들의 바람이었던 사회안전망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는 산더미 같은 부채가 되었다. 승리해봤자 영광을 차지할 수도 없는 이 경쟁에서 미국은 유럽과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다.

재원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유권자수가 적은 집단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은 막대한 기부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일부 진보 집단에는 호소력이 있을지 몰라도 효과가 낮거나 자칫 역효과를 초래할 수있다.

실제로 성장률이 견고하고 일자리가 풍부하다면 이민은 선진경제를 괴롭히는 고령화 문제를일부 해결할 수 있다. 급여를 받는 청년 노동자의 숫자가 늘면 사회보장 및 의료 서비스 재원에 기여할 수 있고, 더 많은 소비자가 수요를 촉진해 유동 부채 및 암묵적 부채의 부담을 완화하는 소득 성장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선진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이민자를 흡수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정부는 고령 노동자에게연금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공공과 민간 차입자들은 돈을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국가는 계속해서 인쇄기를 돌릴 것이며,
그럴 수 없는 국가들은 갑자기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높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다 사회적혼란에 휩싸여 갈등이 심화되고 이주가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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