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인은 북대서양의 마데이라섬과 카나리아제도에서 설탕을 생산하는 강제 노동을 하던노예화한 아프리카인의 식량으로 바나나를 사용했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아프리카인을노예로 팔아먹기 시작하면서 바나나(특히 플랜틴)와 쌀을 노예선의 주식으로 사용했다.

바나나는 노예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아메리카의 플랜테이션 경제 체제에서 필수적인 톱니바퀴 역할을 했지만 수 세기가 지난후에는 이 지역 여러 나라 수출 경제의 추동력이 되었다.

바나나에 경제를 의존하는 사람들은 미국 바나나 기업들을 엘풀포 즉 ‘문어‘라 불렀다. 나라경제의 거의 모든 부면 ㅇ르 꽉 쥐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렇듯 거의 절대적으로 경제를 장악한바나나 회사들은 당연히 아메리카 대륙의 바나나 생산 국가들의 정치에도 매우 높은 영향력을행사했다.

미국 바나나 회사들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이 나라들은 ‘바나나 공화국‘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요즘 미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 사람들은 ‘바나나 리퍼블릭‘을 의류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원래 부자 나라의 거대 기업들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거의 완전히장악했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이 의류 브랜드의 이름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 좋게 봐 줄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자면 굉장히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다국적 기업이 들어오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그 전까지는 독자적으로 운용할 꿈조차 꾸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시작할 수 있는 문이 열리기도 한다. ‘바나나 공화국‘ 중 하나였던코스타리카에 1998년 인텔이 새로운 마이크로칩 제조 공장을 열고 그 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을 발족시킨 것이 좋은 예다.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는 그 나라의 나머지 경제와 별도로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이이른바 ‘스크루드라이버 오퍼레이션‘이라 부르는 조립 작업만 하는 방식으로 섬처럼 존재하는
‘엔클레이브‘ 현상이 벌어진다. 지역 기업들에는 거의 하청을 주지 않고 대부분 수입된 부품을완제품으로 조립하기 위해 그 지역의 값싼 노동력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투자의 간접적인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국산 부품 사용 요건‘을만들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을 국내 기업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정책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 사이 일본,한국, 대만, 핀란드 등에서 광범위하게성공적으로 운용되었다.

아일랜드와 싱카포르 정부는 아무 기업이나 나타나서 자기네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전자, 제약 등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에 맞춤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였다.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매우 생산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이 많다. 그러나 그릇된 방향으로 쓰이면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는 나라에 ‘바나나 공화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엔클레이브 경제‘가 형성될 수 있다. 기술 이전을 최대한으로 유도하고 노동자를 훈련하고 선진 경영 관행을 학습하는 등 혜택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 정책 없이는 다국적 기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힘들 것이다.

미국을 제일 잘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인 코카콜라는 미국 자본주의의 명암을 상징하게되었다. 구소련 체제에 항거한 젊은이들처럼 일부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는 개인적·경제적·정치적 자유의 심벌이었다.

코카콜라라는 이름은 펨버턴의 동업자였던 프랭크 로빈슨이 이 음료의 2가지 주재료인 코카잎과 콜라 열매에서 각각 한 요소씩 따서 만들었다. 콜라나무의 원산지는 서아프리카로 열매에는 카페인(커피 그리고 대부분의 차보다 카페인 함량이 더 높다)과 테오브로민 같은 각성제가 들어 있다.

중남미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따르지 않고 경제 성적을 향상시킨 나라는 볼리비아만이 아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 사이 다수의 중남미 국가에서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당이 정권을 잡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우루과이,베네수엘라 등에서 일어난 이런흐름을 이른바 ‘핑크 타이드‘라고 한다.

부자 나라들에서조차 신자유주의 정책은 효과를발휘하지 못했다. 부자 나라들에서는 시장의신자유주의적 시작에서는 과도한 역할을힘을 제어하고 규제하는 데 정부가 더 적극적인맡았던 ‘혼합 경제‘ 시대보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기간에 성장률이 더 둔화하고 불평등이 더 늘어나는 한편 금융 위기가 더 자주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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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지속적인 성공담은 한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이 우선이라는 사실을보여 준다. 나 같은 소수의 사람은 불만이 있더라도 말이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워싱턴 컨센서스 정책들은 한때 개발도상국들을 거의 모두 장악하다시피 했지만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독일 역사에 등장하는 ‘철과 호밀의 결혼‘은 통일 독일의 첫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주로 프로이센을 기반으로 하는 융커라 부르는 귀족 지주들과 서쪽 라인 지방에서 새롭게부상한 ‘중공업‘ 자본가들 사이에 맺은 정치적 동맹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중재해 형성된 호밀 생산자들과 철 생산자들 사이의 연합 덕분에 독일 경제는 전례 없는 발전을 거듭했다.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새로운 중공업 산업이 보호벽에의지해 성장했고, 결국 당시 세계 1위였던 영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농업 부문의 자유 무역이 허락되지 않아 독일인은 식료품을 더 비싼 값에 구입해야 했지만 말이다.

비스마르크의 유산은 독일 중공업의 발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한,
독일을 훨씬 넘어서는 영향을 끼친 업적을 이루었다. 복지 국가의 확립이 바로 그것이다. 복지 국가가 ‘진보‘ 정치 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뉴딜 민주당과 영국의 노동당 또는 스칸디나비아의 사회민주당들 같은 그러나 복지 국가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 극보수의 대명사인 비스마르크였다.

복지 국가는 자본의 체제가 경제거 역동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개인들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부상했다. 거기에 더해 잘 설계된 복지 국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새로운 노동 관행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줄여서 자본주의 경제를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예는 북유럽 국가들일 것이다.

현재 부자 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안전 그리고 번영 은 더 유명한 사촌 곡물인 밀보다 훨씬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수수하고 강인한 곡물 호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센의 지주들이 생산하던 호밀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으면, 제아무리 비스마르크라 한들 세계 최초의 복지 국가 건설을 가능케 한 정치적 동맹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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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타당성을 획득하려면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충족되어야 한다. 바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조건이다. 다시 말해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이야기다.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어떤 직종에서 필요한 역량과 상관없는성별, 종교, 인종 등의 요소 때문에 최고의 교육 기회나 일자리를 놓고 하는 경쟁에 애초부터참여하지도 못하게 되어 있다면 그 경쟁의 결과를 가장 생산적이거나 가장 공평하다고 할 수없을 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이다.

인생의 경주를 진정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그 경주에 참여하기 전 모든 어린이가 경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어린이가 균형 잡힌 영양, 의료, 교육, 놀이 시간을 누리며 자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평등도가 높은 유럽 복지 국가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결과의 평등은 직접적인 소득 재분가 되었든 교육, 의료, 식수 같은 양질의 ‘기초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이 되었든 복지 정책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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