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님은 대학에 가지 않고 조금 멀어도 상관없으니 고졸을 모집하는 시청에 취직하고 싶다고 한다. 공부는여유가 있는 것 같다. - P207

8월 12일,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의 상반기 수상작이 발표되는 날이다. 1715나는 아침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아버지도 그런지 아침부터 신경이 예민한 것 같았다.
니시카와 게이코가 누나라는 사실을 아버지는 모른다. - P213

"뭔데? 이 상황에서 진짜로 이상한 질문은 하지 말아줘."
"혹시나 좋아해?"
"?"
순간 온갖 감정의 움직임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침묵 속에서 시곗바늘 소리만이 묘하게 크게 들렸다. - P224

서랍 안에는 종이 몇 장과 함께 수첩과 노트가 들어 있었다.
종이에 히노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사고로 기억장애를 갖고 있어요. 책상 위에 있는수첩과서둘러 서랍을 닫았다. 종이가 삐져나온 것을 깨닫고접힌 자국이 나거나 구겨지지 않도록 허둥지둥 매만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이 떨렸다. - P227

니시카와 게이코

<잔재>

곧바로 기자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고 해설자가 홍분했다.

회장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번 아쿠타가와상은 니시카와 게이코 씨의 <잔재가수상했습니다. 곧 수상작이 수록된 책을 내오겠습니다. 니시카와 게이코 씨의 기자회견은…………." - P230

"야, 도루, 니시카와 게이코가…." "
나는 눈을 깜박이는 것도 잊고 아버지를 쳐다봤다.
"사나에・・・・・・ 아니냐?" - P233

아버지가 나를 노려봤다. 키는 이미 내가 더 컸다.
"그럼 피하지 말고 상처 입어. 실패해봐. 그래서 거기서배워봐.‘
"무슨소리냐. 난 상처 입고 있는데."
"자기도취는 이제 그만 좀 해. 그러고 있으면 편하겠지.
자기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걸 응모도 안 할 신인상 원고랍시고 쓰고 있으면."
그 말에 아버지의 표정에서 온갖 감정이 사라졌다.
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말로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이미 포기했다는 것을, - P239

"그 뭐냐.. 다음에 요리나 뭐나 가르쳐줘라."
나도 모르게 쳐다보자 겸연쩍게 미소 지었다.
"미안하지만 바로 단번에 사람이 바뀌지는 못해. 하지만나도 내내 기회를 찾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아버지가 또 애써 웃으려 했다.
누구나 그렇다.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인간은 아무도없다. - P244

그 뒤 둘이 함께 상을 치웠다. 열시가 지나려 했을 때, 좀처럼 울리는 법이 없는 집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는 의아하게 여기는 듯하다가 곧 뭔가 알아차린것처럼 나를 돌아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긴장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그래, 사나에냐." - P245

"제가.....… 제가 소설을 쓰려고 한 건 아버지 영향이에요. 소설을 쓴다는 행위는 아버지 덕분에 가까이에 있었어요. 그렇지만.....… 처음엔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의 자기자신한테서 도망치고 싶어서 썼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그게 아니게 된 거예요. 자기를 확장해가기 위한 걸지도모르겠다, 자기 자신의 새로운 말,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장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누나의 말에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감격해서 울 것같은 표정이었다. - P247

나는 어떨까 생각하고 있으려니 시선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히노, 내가 아버지와 터놓고 대화할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야."
"뭐? 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이상하게 생각해 쳐다보니 남자친구님은 잠자코 웃었다. 빈말이나 거짓말이었을까. 하지만 그 애 성격을 생각하면 그건 아닐 것 같다. - P264

"사람은 원래 잊어버리게 마련이야. 하지만 괜찮아. 어떤 기억도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난 그렇게 믿어."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곁에 있는 다정한 사람을 봤다. - P267

손에 힘을 주며 기도했다. 부탁이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되도록 친절하게 대할게요. 고집도 부리지 않을게요.
부모님께도 매일 감사드리면서 살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 애 옆에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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