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쌀의 경우에서 잘 볼 수 있듯이(쌀 한톨에 70가지가 넘는 특허가 들어 있다니!) 맞물린 특허의 문제는 최근 들어 더 많은 종류의 지식, 심지어 유전자 수준까지 파고 들어가는 지식이 특허로 보호받게 되면서 더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과학자가 중요한 기술적 진보를 일구어 내려면 변호사 부대가 선봉대로 나서서 특허덤불을 헤쳐 나가며 길을 더 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한때 기술 혁신의 강력한 촉매가 되었던 특허 제도가 이제는 큰 방해물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특허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특허에 대한 특허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18세기말 유럽에서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특허는 14 년 동안 보장되었다(당시 도제 기간의 2배), 현재 특허 보호기간은 20년이고, 제약 부문은 임상 실험에 필요한 기간과 시험에 사용된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8년을 추가로 보호받는다. 20년 또는 28년이 최적의 기간이라는 경제 이론은 없다. 20년이 14년보다 또는 10년보다더 낫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론 또한 없다. 특허 보호 기간을 줄이면 지식이 더 빨리 공공 영역으로 나오게 되어서 특허라는 양날의 칼 중 혁신을 방해하는 쪽의 날을 좀 더 무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특허 제도 또한 그 제도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더 이상 많지 않게 되면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옳다. 수정한 형태가 처음에는 낮설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우리가 주황색 당근을 먹을 수 있는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누군가가 당근이 주황색이 될 수도 있다는 낯설고 이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덕분 아닌가.
20세기 자유 시장 경제학자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인 밀턴 프리드먼은 아내 로즈 프리드먼과 함께 집필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친 <선택할 자유>에서, 곡물법 폐지가 "산업과 교역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종식시키는 전쟁" 에서 거둔 "최후의 승리"라고 묘사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곡물법 폐지와 함께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약 75년여에 걸친 완벽한 자유 무역의 시대가 열렸고, 그보다 수십 년 전에 시작된극도로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하는 정부 형태로의 이전 과정이 마무리되었다."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현주류의 시각에 따르면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 경제 질서는 영국의 주도로 자유 무역과 자본의 자유로운이동을 기본으로 구축되었고, 그 결과 선례를 찾을 수 없는 세계적인 번영의 기간이 도래했다고 한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강제 자유 무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지만 유럽 대륙(네덜란드와스위스 제외)과 북아메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는 보호 무역이 일반적이었다. 13 이 면에서 미국은 특히 죄가 크다 183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 동안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5~50퍼센트에 달해서 이 시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한 보호주의를 실시한 국가였다.
우선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을 정하는 초기 협상 단계에서부터 강대국들은 규칙 자체가 자국에 유리하게만들어질 수 있도록 아젠다를 조정했다. 예를 들어 세계무역기구는 제조업체들에 비해 농산물 생산업자들을보호하는 무역 정책이나 보조금 등에 대한 규제를 훨씬 덜 한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상대적으로 볼 때 부자 나라들은 농업 부문이 약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제조업 부문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국영토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은 또 어떤가. 세계무역기구는 ‘국산 부품 사용 요건 local content requirement‘ (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에 수입품이 아니라 국산품으로 일정 비율이상의 부품을 사라고 요구하는 것. ‘6장 국수 9장 바나나 참조)을 금지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부자 나라의 기업인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규칙은 부자 나라에 훨씬 큰 혜택을 가져다준다. 이런 예들만 봐도 모든 나라가 같은 규칙을 따른다 하더라도 힘이 더 센 나라는 구조적으로 얻는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규칙 자체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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