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풍부한 맛뿐만 아니라 한때 풍부한 부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생선이기도 했다. 이 작은생선은 19세기 중반 페루가 누린 경제적 번영의 원인이었다. 페루가 멸치를 수출해서 돈을 번건 아니었다. 당시 페루는 바닷새의 구아노 guano(마른 새똥)을 수출해서 국가적 번영을 누렸다. 구아노는 질산염과 인이 풍부하고 냄새가 그다지 역겹지 않아서 인기 높은 비료였을 뿐아니라 화약의 핵심 재료인 질산칼륨이 들어 있어서 화약 제조에도 사용되었다.
페루의 구아노는 태평양 연안의 섬들에 모여 사는 새들인 가마우지와 부비booby(얼가니새)의배설물이다. 이 새들의 주된 양식은 생선, 특히 칠레 남쪽에서부터 페루 북쪽을 잇는 남아메리카 서쪽 해안의 영양소 풍부한 훔볼트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멸치들이다.
구아노가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는 페루만이 아니었다. 1856년 미국 의회는 ‘구아노제도법Guano Islands Act‘를 통과시켜서 아무도 살지 않고 다른 나라 정부의 관할 아래 있지 않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구아노가 있는 섬은 미국 시민이 점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 덕분에 미국은 태평양과 카브리해의 100개가 넘는 섬을 점거해서 페루산 구아노 무역을 독점하고있던 영국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에 진행된 기술 혁신으로 원자재 수출길이 막힌 사례가 이외에도 여러 건 있다. 영국과독일에서 인공 염료가 발명되면서 전 세계 천연염료 산업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중국이 차를 독점 생산하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인도, 케냐, 스리랑카도 주요 생산국이되었다. 이 모든 것은 많은 사람이 ‘천연자원‘이라 생각하는 상품이 실은 식민주의의 산물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식민 통치자들이 상업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는 작물을 원산지에서빼내 와 식민지로 가져가서, 많은 경우 노예 노동력을 이용한 플랜테이션에서 기른 결과라는뜻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높은 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오직 산업화밖에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 혁신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된 근원인 제조업분야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에서 미성숙한 제조업체들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보호해야 한다는논리를 유치산업론 infant industry a rgument‘이라 부른다. 경제 발달과 아동의 성장 발달을 비슷하게 보는 관점에서 나온 용어다.
자유 무역의 본고장이라는 현재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경제 발전 초기에는세계에서 가장 강한 보호주의 국가였다. 그들은 산업적 주도권을 획득한 후에야 자유 무역으로 선회했다.
유치 산업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나라들 18세기의 영국과 19세기의미국,독일, 스웨덴, 20세기의 일본, 핀란드, 한국 은 오늘날 세계 경제의 고래로 성장하지못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1988년까지 외제 자동차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일본산 차는 1998년까지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운용해 현대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클 때까지‘보호막이되어주었다. 수십년 동안 한국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 차를 견뎌 내야했다는 의미지만, 이런 식으로 보호받지 못했으면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성장은커녕 살아남기조차힘들었을 것이다.
자국의 ‘자유 기업‘ 체제에 대해 높은 긍지를 보이고 영웅적인 기업가를 늘 칭송해 마지 않는미국마저 현대 경제에서 ‘집단적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통해 발전한 나라다. 미국이야말로 ‘유치산업론‘을 발명하고,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자국의 어린 기업들이 성장할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보호주의의 장벽을 높게 둘러쳐서 우월한 외국 제조업체, 특히 영국의 제조업체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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