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빨간색을 어떤 것의 빨간색으로 인식하지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빨간색 자체로 인식하는 일이 없다. 이처럼 전오식과 동시에 일어나면서도 전오식의 대상이 아난 대상을 인식하는 의식을 오구부동연의식五不同이라고 한다. - P77

의식의 대상인 경은 곧 물질적 색과구분되는 관념적 존재로서의 명이다. 그것은 감각 내용들을 그 어떤 것에 속하는 것으로서 종합하는 것이지만, 그 자체는 감각 대상이 아니라의식 대상이며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사유 대상 즉 관념일 뿐이다 - P78

그러므로 법경은 그것을인식하는 의식을 떠나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분별을통해 시설된 것일 뿐이다. [성유식론]에서는 의식 대상인 법경의 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은..…..… 가로서 건립된 것이지 실유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 P78

전오식의 대상인 ‘감각 대상‘과 제6의식의 대상인 ‘사유 대상‘, 즉 색과명은 정확히 어떻게 구분되는가?
감각에 주어지는 사물의 속성은 감각의 순간에 개별적으로 포착되는표상이다. 그처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표상을 그 각각의 자체 상이라는의미에서 자상自相(svalaksana)이라고 한다. 직접적 인식인 현량의 대상이곧 자상이다. 반면 자상들을 비교 분석하고 추상화하여 개념으로 얻게 되는 표상은 더 이상 자상이 아니다. - P79

부동연의식에서의 의식 대상인 실체란 바로 이처럼 개념적으로 구성된 사유의 산물이다. 현량에서 자상으로 주어지지 않고 의식 내에서 일반화하여 떠올리는 추상적 표상은 모두 개념적 가상물이다. 감각 대상의 자상이 아니라 개념적 산물인 공상인 것이다. 이러한 추상화, 일반화, 개념화를 유식에서는 분별 (vikalpa)이라고 한다. - P80

그러므로 유식은 우리가 실재라고 생각하는 사물 자체, 의식의 차원에서 분별된 사물 자체라는 것이 사실은 바로 의식 자신의 분별에 의해 설정된 것, 정확히 말해 언어적 개념에 의해 시설된 것이라고 말한다. - P80

석가의 기본 가르침인 사법인 중의 제행무상 철저하을게 찰나생멸로서 이해한 경량부에 따르면, 찰나생멸적인 현상의 변화를넘어서서 그들 변화를 관통하여 동일한 것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사물의 동일성(santana)이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동일성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의식 안에서 우리의 언어에 따라 설정되는 개념적 동일성일 뿐이다. 빨간색 장미 꽃잎이 빨간색으로 피어 있다가 시들어 검게 되었을 때 이전의 빨간 꽃잎과 이후의 시든 검은 꽃잎은 서로 다른 꽃잎이다. 그 둘 사이에자기동일성은 없다. - P82

존재론적으로 그렇게 서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제의 장미와 오늘의 장미를 동일한 하나의 장미로 보고, 한 촛불이다 타오르도록 그 불꽃을 동일한 하나의 불꽃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실제로 자기동일적 무엇인가가 변화하는 현상 배후에 실체로서 존재하기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찰나생하는 현상의 배후에 상정되는 사물의자기동일성이란 단지 우리의 언어 구조에 따른 개념적 동일성일 뿐이다. - P83

명구문신은 보편적인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단지 사유 분별에 따라 가假로서 시설된 것일 뿐이다. 즉 말소리의 분위차별에 의해 가로 건립된것이다. 따라서 명구문신에 따라 분별되는 일체의 현상 역시 모두 개로서 시설된 것이다. 그렇기에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의 첫 게송은 다음과같이 시작된다.

가로서 아我와 법을 설한다. - P84

가가 반드시 진사에 의거하여 건립된다는 것은 바른 논리가 아니다. 진사는 상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개념적 인식(假智)과 개념적 표현(假詮)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지假智와 가전은 자상을 얻지 못하며, 오직제법의 공상에 따라서만 일어날 뿐이다. - P88

가지假와 가전을 떠나자상을 시설할 수 있는 별도의 방편이 있어가의 소의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P89

가지假와 가전假은 반드시 소리에 의거해서 일어나는데, 소리는 자상에 미치지 못하며 자상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개념적 표현(能)이나그 개념으로 표현된 것(所)이 모두 자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가설假說진사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P89

가는 실재하는 실과 대립적으로 사용된 개념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 의해 잘못 집착된 실과 대립적으로 사용된 개념일 뿐이다. 즉 개 너머에 실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유식에 있어서는 개체이든보편이든 색이든 명이든 모두 그것을 인식하는 식 너머에 그 자체로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유가 아니다. 실유적 존재가 아니기에 가라고 한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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