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말해 식이란 일체의 주관적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 식이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또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상관없이 일체의 심리 현상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이란 그와 같은 식의 대상이 되는일체의 객관적 존재를 의미한다. 감각에 대한 감각 대상, 사유에 대한 ‘사유 대상‘, 욕망에 대한 ‘욕망 대상‘ 등 일체의 대상이 모두 경으로 칭해질 수 있다. - P11
이 오식이 인식하는, 즉 연하는 감각 대상이 바로 색. 성聲 향香 • 미味 촉의 오경境이며, 이것이 곧 개체적인 물질적 존재로 그리고 감각과 구분되는 사유는 불교이다. 서의 색법 또는 색용어로 표현하면다음의 제의식되고, 사유 대상으로이서의 보편적 관념이란 바로 의식 대상인 법경또는 18계 중의 법法界에 해당한다. 법경은 색을 제외한 일체의 대상 존재로서, 색과 구분하여명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P13
그중에서 개체적 물질만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유물론‘이 되고, 보편적 관념만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독단적 관념론‘이 될 것이다. 그 둘을 모두 객관적실재로 인정하는 경우라면 ‘이원론‘ 내지는 ‘다원적 실재론‘이라고 할 수있을 것이다. - P14
유부의 논사들은 다원적 실재론자이다. 그들은 인식 주체로서의 ‘마음‘(法)이나 ‘마음의 작용‘ 독립하여 개체적 물질과이나보편적 관념(不相應行法에 포함됨)이 각각 그 자체로 실재한다고 보았다. - P14
이에 반해 유식의 사들은 일체의 객관적 실유성을 부정한다. 심과 심소 이외에 물질이든 관념이든 그것이 인식 대상인 이상 인식주관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것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 P14
그러므로 유식의 논사들은 식을 떠나 경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망령된 집착, 일종의 법法이라고 보며, 그 법집을 깨기 위해, 즉 법공을 깨닫게 하기 위해 설한다.
심과 심소 이외에 실제로 경이 있다는 망령된 집착을 버리게 하기 위해오직 식만이 있다고 설한다." - P15
문제는 식과라고한다는 의미에서 유식은 ‘내재주의경, 주관과 객관의 관계인데, 내재주의로서의 유식은 그에 대해 다음 두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외경外境은 망정에 따라 시설된 것이므로 식처럼 있는 것이 아니다.
내식은 반드시 인연에 따라 생하는 것이므로 경처럼 없는 것이 아니다." - P16
유식은 이와 같은 내적 초월주의의 한 전형이다. 현상 근거로서의 초월적 일은 결국 심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처에서 오로지 일심일 뿐이라고 설한다. - P18
사유, 대상적 의식보다 더 깊은 심층에서 발생하는 욕망과 의지, 그 심층의식을 유식은 제6의식 다음의 식이라는 의미에서 제7식 또는 말나식識이라고 칭한다. 나아가 그러한 대상 의식이나 자기 의식, 이성과 욕망보다더 깊은 심층에 자리잡은 채 과거 전체의 역사를 등에 업고 미래의 삶을열어 가는 궁극 주체인 근본식을 제7말나식 다음의 식이라는 의미에서제8식 또는 아뢰야식부른다. - P19
이상과 같은 유식의 존재론으로부터 귀결되는 유식의 실천론은 무엇인가? 인간 심과연 무엇인가? 실성은물질이든 관념이든 경은 식이 전변하여 형성된 결과물이기에 궁극적실재가 아니다. 개체 존재인 색의 실유성을 주장하는 독단적 유물론이나보편 존재인 명의 실유성을 주장하는 독단적 관념론은 둘 다 정당화될 수없다. 색이나 명은 모두 식의 소연緣 또는 소변所變으로서 식을 벗어나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색이나 명으로서의 현상의 근거는근본식인 마음이며, 이처럼 마음이 일체 현상을 창출해 내는 내적 근거라는 의미에서 유식의 존재론은 내적 초월주의이다. - P22
유식의 실천론은 바로 이와 같이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작용하는심식의 활동성을 자각함으로써 자아와 세계, 자아와 타자의 내적 연관성을 올바로 깨달으려는 노력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유식성의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유식성의 자각이란, 우리 각자의마음 심층에서 작용하는 우주적 무의식의 활동성을 우주 현상의 근원으로자각함으로써 제한된 현상(我法)에 대한 집착을 벗고 무한의 우주적 일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 안의 무한을 자각하여 욕망적 개체 의식을극복하고, 심층의 활동성을 자각하여 무명을 극복하는 것이다. 욕망을벗음으로써 열반을 얻고, 무명을 벗음으로써 지혜를 얻는 것이다. - P23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질적 또는 관념적 현상 세계는 우리 자신의 마음이 변현한 가의 현상이다. 결국 식을 떠난 독립적 실체로서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식무경‘은 경으로 전변하는 그 심층의 아뢰야식의 활동을 자각함으로써 ‘현상초월적 주체 의식‘ 또는 ‘개체 안의 개체초월적인 보편적 일심‘을 얻고자 하는 노력, 즉 견성見性하여 성불하고자하는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 P23
무상유식학파든 유상유식학파든 둘은 모두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세계가 식을 넘어 따로 객관 실유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식이 산출하는 가일 뿐임을 인정한다. 둘의 차이는 단지 가로서의 경과 관계하여식의 실성을 무엇으로 이해하는가 하는 데 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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