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가 난자를 파고들어가는 장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마치 달나라에 우주선이 착륙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난자는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이고 정자는 정말 작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자가 난자를 뚫고 들어갈 때는 정자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수컷의 DNA만 들어갑니다. 그 DNA가 난자의 핵 속으로들어가서 암컷의 DNA와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수컷은 DNA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수정이 된 다음에 생명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난자의책임입니다. - P264

큰가시고기 수컷은 둥지를만들어놓고 춤을 추면서 암컷을 유혹하여 암컷이 둥지로 들어와 알을 낳으면 곧바로 쫓아 보냅니다. 같은 방식으로 여러 암컷으로부터 알을 충분히 모은 다음, 지느러미로 좋은 물을 넣어주고 누가 다가오면 열심히 싸우면서 새끼를 키웁니다. 이런 아빠들도 자연계에는 종종 있습니다. - P268

다윈은 1859년에 종의 기원』을 써서 인간도 신의 선택을 받은동물이 아니라 자연의 선택을 받으며 진화해온 한 종의 영장류에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습니다. - P270

암수 각각에게 어떤 번식 구조가 더 유리한지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일처다부제 쪽으로 갈수록 유리합니다. 그러나 수컷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다처제 쪽으로 갈수록 자기 유전자를 전파시키는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동물이건 수컷은 일부다처제 쪽으로 밀고 가려고 하고, 암컷은 일처다부제 쪽으로 밀고 가려는 성향이 조금씩은 다 있을 것입니다. 그 갈등이 어떻게 타협을 이루느냐 하는 것이 문제죠. - P285

조만간 여성들이 남자가 없어도아이를 혼자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과연 우리 인간의 짝짓기 유형은 어떻게 변할까요? 여자만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자도 충분히 혼자키울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결혼제도는 어찌변할까요? 저는 종종 자연에 이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해봅니다. - P286

한국 부모의 자식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동물의 세계에도 끔찍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많이 있죠.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예를 한번 훑어볼까요?
절대 다수의 동물들은 그리 부모 자격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알을 낳은 후 그냥 팽개치고 사라지기 일쑤죠. 절대 다수가 그렇다고 봐도 됩니다.  - P287

염낭거미는 나뭇잎을 주머니처럼 말아서 그 안에 들어가 새끼를키웁니다. 꽁꽁 봉했으니까 외부에서 오는 위험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끼들의 먹이입니다. 염낭거미의 어미가 생각해낸 대안먹이는 바로 자신의 몸입니다. 염낭거미 새끼들은 깨어나면 엄마의몸을 먹고 큽니다. 자연계에서 자식 사랑이라면 인간이 최고라지만, 아무래도 염낭거미에게는 못 미치지 않나 싶습니다. - P289

인간만 사회적인 동물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물의 사회성에는 여러 수준이 있지요. 서로 단순히 무언가를 함께 하는 수준의 사회성도 있는가 하면 벌과 개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순한 노동 분업 수준을 넘어서 번식 분업이 이루어지는 사회도 있습니다. 이렇게 번식 분업이 이루어지는 수준의 사회성을 진사회성eusociality이라고 합니다. 이런 진사회성 동물들과 비교하면 인간의 사회성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P301

진사회성 동물에는 인도의 계급 구조와 같은 카스트가 있습니다. 여왕이라는 카스트가 있고 일꾼이라는 카스트가 있죠. 이미 삶의시초부터 아주 다른 카스트에 속해 그렇게 살도록 돼 있는 것입니다. 개미 못지않게 진사회성을 보이는 곤충이 바로 벌입니다. 꿀벌사회에도 여왕벌이 있죠. 다른 일벌들보다 어깨가 좀 큽니다. 혼인비행을 할 때 수벌들을 만나서 교미해야 하므로 날개 근육이 잘 발달했기 때문이죠. 알을 많이 낳아야 하니 배도 조금 긴 편입니다. - P304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는 하지만 사회성만 놓고 보면 가장 진화한 동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해서 인간이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진사회성 동물이 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닙니다. 인간은 인간 나름대로 독특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는 겁니다.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고 더 조직적인 동물들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 P313

사실 인간은 굉장히 정치적인 동물입니다. 신문을 보면 정치 얘기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집단 간의 세력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평범한 일상에도 정치적인 말과 행동이 담겨 있습니다. 동물들도 정치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정치와 다르긴 하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고 정치 활동을 하며 정치적인 음모도 꾸밉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권모술수를 부릴 때도 있지요. - P315

현재 미국 에머리대학의 교수인 프란스 드Frans de Waal 박사는 바로 여기서 오랫동안 침팬지 사회의 정치를 연구해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매력적인 책을 썼습니다. 드발 박사는 인간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적인 중상모략과 권모술수가 침팬지사회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분석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마키아벨리가 얘기했던 인간 사회의 특징이침팬지 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 - P316

침팬지 사회에서는 수컷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즘 연구에 따르면 꽤 많은 경우 암컷이 사회의 중심 세력이라고합니다. 이른바 수컷의 정치적 생명은 아주 짧습니다. 한창 힘이 좋을 때 잠시 권좌에 있다가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다른 수컷한테 공격당해 거꾸러지고 말지요. 반면 암컷은 아주 오랫동안 권력을 누립니다. 물론 으뜸 수컷이 바뀌면 그 으뜸 수컷과 어울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암컷입니다. 암컷이 오래 살기 때문에 결국은 가장 나이 많은 암컷이사회를 휘어잡고 뒤에 앉아서 조종한다는 얘기지요. - P317

고래는 사람 못지않게 두뇌가 거대하게 발달되어 있고 아주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돌고래는 동맹을 맺었다 흩어지고 다시 맺기를 반복하고 또 동맹을 맺은 단체끼리 다시 동맹을 맺으며 삽니다. 자기가 속한 무리에서 남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돌고래 사회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 P319

그런데 여러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꽤 많은 개미 종에서 여왕들이 서로 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 여왕개미가 만든 나라는 여러 여왕들이 연합해서 세운 나라가 공격해오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일개미 5마리를 만드는 동안에 여왕 넷이서 20마리를 만들어 쳐들어오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여왕들끼리 동맹을 맺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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