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김세희


오늘은 평소와 똑같은 하루였지만 나에겐특별한 날의 시작이었다. 드디어 내가 가지고있던 징크스를 깨부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 P50

오른발로 시작하는 하루는 아침부터 집으로돌아오는 시간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일들도 반복해서 일어나는 반면, 왼발로 시작하는 하루는 유달리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들이많아진다던지 일할 때 능률이 떨어진다던지 하는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었다. - P51

결국 언제까지고 이 징크스에 휘둘릴 수는없다고 결심한 나는 오늘 드디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았다. - P52

이제 비장한 각오로 신발을 신은 나는 곧 정면만 주시한 채 현관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한걸음에 신문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겨지고 몇 걸음을 거기에 더하자 드디어나는 내가 먼저 내디딘 발을 알지 못한 채 현관문을 나설 수 있었다.
나의 특별한 첫걸음이었다. - P53

그리고 이것이 내가 징크스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향방 없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에 그것이 의무감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하여 더 큰 열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 P54

오전 일과는 별 탈 없이 마쳐져가고 있었다.
팀원들이 가져온 보고서에서도 특별한 이상을발견하지 못했기에 쓴소리를 할 필요도 없었고, 업무차 연락드렸던 거래처 몇 건에 대해서도 좋은 회신들이 도착한 터였다. - P55

그 착각은 딱 오전까지만 이어졌다.
오후가 되자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과장님의 호출과 밀려드는 수정 요구 등으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요구하는 내용들은 많은데 구체적인 지시는 없다보니 그저 됐다는신호가 나올 때까지 내 생각만으로 여러 번 수정을 해야 했다. - P56

왼발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마음의 준비라도미리 했었을 텐데 그 또한 알지 못했으니 나에게는 그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었다. 시간은 퇴근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거절당하면 꼼짝없이 끝을 알 수 없는 야근이었다. - P57

야근은 확정이었고 오늘은 왼발이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부여잡고 내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커피라도한잔 사가기로 했다. 카페인을 연료 삼지 않고는 더이상 뇌가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 P58

그토록 징크스에 고생한다고 생각하면서도스스로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질문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 P59

그 모든 것들은 정말로 징크스 때문이었을까?

정말?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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