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오실 님


못 오실 님이 그리웁기로

흩어진 꽃잎이 슬프랬던가

빈손 쥐고 오신 봄이 그저 다 가시련만

흘러가는 눈물이면 님의 마음 저지련만 - P40

숲 향기 숨길


숲 향기 숨길을 가로막았소

발 끝에 구슬이 깨이어지고

달 따라 들길을 걸어다니다

하룻밤 여름을 새워 버렸소 - P41

밤 사람 그립고야


밤 사람 그립고야

말없이 걸어가는 밤 사람 그립고야

보름 넘은 달그리매 마음 아이 서어로아

오랜 밤을 나도 혼자 밤 사람 그립고야 - P42

함박눈


‘바람이 부는 대로 찾아가오리‘

흘린 듯 기약하신 님이시기로

행여나! 행여나! 귀를 종금이

어리석다 하심은 너무로구려

문풍지 설움에 몸을 저리어

내리는 함박눈 가슴 헤어져

헛보람! 헛보람! 몰랐으료만

날더러 어리석단 너무로구려 - P43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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