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 바로 누워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습네 눈물 도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여 너무도 아슬하여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
마음의 가는 웃음 한때라도 없더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이였데 감기였데. - P24

눈물에 실려 가면

눈물에 실려 가면 산길로 칠십 리
돌아보니 찬바람 무덤에 몰리네
서울이 천리로다 멀기도 하련만
눈물에 실려 가면 한 걸음 한 걸음

뱃장 위에 부은 발 쉬일까보다
달빛으로 눈물을 말릴까보다
고요한 바다 위로 노래가 떠간다
설움도 부끄러워 노래가 노래가 - P29

저녁때 외로운 마음

저녁때 저녁때 외로운 마음
붙잡지 못하여 걸어다님을
누구라 불어주신 바람이기로
눈물을 눈물을 빼앗아가오 - P37

무너진 성터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쓸쓸한 맛뿐이구료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가을은 애닯다 속삭이느뇨 - P38

놓인 마음

가을날 땅검이 아름풋한 흐름 우를
고요히 실리우다 훤듯 스러지는것
잊으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이뇨
임으 사라진 千里[천리] 밖의 산울림
오랜세월 식닷긴 으스름한 파스텔

애닯은듯 한
좀서러운듯 한
오……모도다 도라오는
먼 지난날의 놓인마음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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