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데이지 꽃이 활짝 피어났어요.
가운데의 작고 노란 동그라미 둘레로 빛나는 흰꽃잎들이 둘러서 있었지요. 마치 태양에서 뻗어나오는 햇살처럼 말이에요.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는 가엾고 시시한 꽃이었지만, 데이지는 전혀언짢지 않았어요. 오히려 무척 행복했답니다. 데이지는 해를 향해 돌아서서 하늘을 보았어요. 그리고 저 높이 나는 종다리의 노랫소리도 들었지요. - P11

모든 아이들이 교실의 의자에 앉아서 공부하는 동안, 데이지도 가녀린 초록빛 줄기에 앉아서 해와주변의 모든 것을 보며 하느님이 얼마나 친절한가를 배웠어요. 그리고 작은 종다리가 그토록 다정하고 또렷하게 자신의 기분을 노래하는 것에 감탄했지요. 데이지는 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는 종다리가 무척 대단해 보였어요. 하지만 부럽지는 않았답니다. - P12

의기양양한정원의 꽃들에게 울타리 밖의 조그만 데이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데이지는 정원의 꽃들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어요. ‘아, 저들은 얼마나화려하고 아름다운지! 예쁜 종다리는 분명히 저쪽으로 날아가 내려앉겠지. 하느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정원 가까이에 피어나게 해주셔서. 적어도저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13

데이지는 한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삐르르." 그때 종다리가 날아와 내려앉았어요. 그런데 정원의 모란이나 튤립이 아니라 풀숲에 핀 가엾은 데이지 곁으로 날아왔죠. 데이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 P14

데이지는 자신이 단지 정원 밖에 핀 조그만 꽃이라서 기뻤어요. 정말 감사했지요. 해 질 녘이 되자데이지는 꽃잎을 접고 잠이 들었어요. 밤새도록해와 작은 종다리 꿈을 꾸었답니다. - P17

이튿날 아침, 데이지가 기지개를 켰어요. 하늘과 해를 향해서 보드라운 꽃잎을 마치 작은 팔처럼 뻗었죠. 그때 종다리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런데 노랫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매우 슬프게 들리는 거예요. 그래요, 이유가 있었어요. 종다리가 사람들에게 잡혀서 창가에 있는 새장에 그만 갇히고만 거예요. 종다리는 행복했던 지난날을 노래하고있었어요. 싱그러운 초록 보리밭을 즐겁게 날아다니던 때를, 그리고 거의 구름까지 날아올랐던 순간들을 말이에요. 가엾은 종다리는 포로로 새장에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 정말 슬펐어요. - P18

다행히 데이지는 종다리가 있는 새장으로 가게 되었어요. 가엾은 종다리는 잃어버린 자유를그리워하며 새장의 철망을 날개로 두들겨 댔어요.
조그만 데이지는 위로 한마디라도 하고 싶었지만,
말을 못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죠. 그렇게 아침이지나갔어요. - P21

"불쌍한 작은 꽃, 너 역시 이곳에서 서서히사라져야만 하는구나. 아, 너와 이 잔디 조각이 사람들이 내게 준 전부야. 내가 밖에서 누리던 온 세상 대신이지. 내게는 이 잔디의 풀잎이 초록색 나무고 너의 하얀 꽃잎은 향기로운 꽃이야. - P22

데이지는 꽃잎 한 장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가녀린 꽃잎은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어요. 그 향기는 다른 데이지 꽃들보다 훨씬 진했어요. 비록 갈증으로 죽어 가고 있었지만 종다리도 데이지의 꽃향기를 알아차릴 정도였죠. 새는 고통을 견디다못해 잔디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어요. 하지만 데이지 꽃은 건드리지 않았답니다. - P23

소년들은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왔어요. 그들은 죽은 새를 발견하고는 몹시 슬프게 울며 종다리를 예쁜 빨간색 상자에 담았어요. 그러고는 왕족의 격식을 차려 땅에 묻어 주고 싶어 했죠. 소년들은 새의 무덤을 꽃으로 꾸며 주었어요.
종다리가 살아서 노래하는 동안에는 신경도 쓰지않고 새장에서 고통 받도록 내버려 두더니 이제와서 울며불며 무덤을 꽃으로 덮어 주었답니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