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지난주에 갑자기 이렇게 발표하셨다. "주(州) 과학 평가가 10월 23일로 정해졌다. 우리도 다른 반들처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야. 어떤 면에선 우리가 더 낫지." 우리를 언터처블스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전쟁을선포하는 것 같은 선생님의 말투는 우리 반 아이들을 단숨에 과학열차에 탑승시켰다. - P183
제이크는 이 과학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커밋 선생님께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반복할 때도 있었으니까. 대체 왜저러지? 혹시 기적이 일어나서 우리가 A를 받는다고 해도, 그건 우리 성적이지 선생님 성적이 아니지 않나? 우리가 시험을 망친다면, 그것도 우리 몫이고. 우리반 과학 성적이 설사 나쁘다고해도, 그게 어째서 커밋 선생님의 잘못이지? - P185
"너무 앞서가지는 말도록. 다음 주 과학 평가에 너무 지나친 자신감을 갖는 건 삼가도록 하자. 하지만 난 너희 모두가 하나하나정말 자랑스럽다. 정식 시험에서도 이 점수를 받는다면, 우리 반전체가 뭔가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니?" - P186
과학 평가 시험을 마치고, 우리 언터처블스는 처음으로 패스트푸드점에 단체로 놀러 갔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시험이 끝나고도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축하할 일이니까. 우리는 주차된 파커의 픽업트럭 짐칸에 올라가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감자튀김과 양파튀김을 먹었다. 꽤 재미있었다. - P194
나는 사실대로 다 털어놓았다. 언터처블스와 커밋 선생님에 대해, 우리가 처음엔 얼마나 엉망진창 학급이었는지, 그런데 지금은얼마나 멋진 반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친구들을 만났는지. - P197
언터처블스! 글쎄, 더 이상은 그렇게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훨씬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 복도에만 해도 훌륭한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출발선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특별한일들이 이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나는 오랫동안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것, 바로 나 자신을 이 아이들 덕분에 믿게 되었다. - P199
그날의 기억에는 이것들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눈물 때문에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변한 것, 내가 익사할까봐 무작정 강물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지금 이 아이들은 나를 위해과학 평가에 뛰어들었다. 내 직업이 위태롭다는 걸 아이들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더 고맙게 생각한다. 중요한 시험이라는 내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준 거니까. 실제로 공부까지 하면서말이다! 아이들 책상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시험지들을 보는데, 연필로 까맣게 칠한 정답들을 보자 심장이 터질 듯 벅차올랐다. - P200
제이크의 말을 들은 우리는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우리 교육청의 총책임자인 테디어스 박사가 내내 커밋 선생님을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고, 우리의 과학 평가 점수를 빌미로 커밋 선생님이무능한 교사라는 이유를 만들어서 해고할 방법을 찾은 거였다. 커밋 선생님이 이번 학기를 끝으로 해고당한다니! - P208
특자반-3 아이들을 본 순간, 그때까지 굉장히 불편했던 기분이확 바뀌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과학경진대회는 여전히 100퍼센트반대지만, 거기 서 있는 아이들이 더없이 대견스러웠다. 나의 언티처블스 아이들이 나를 위해 이런 일을 준비하다니. 그래, 내가 평생이 아이들의 담임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은 내 아이들이니담임답게 행동하자. - P227
나만 도와주신 게 아니다. 선생님은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을 도와주셨다. 그 무엇으로도 선생님의 은혜를 갚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시도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차를고쳐드리기로 한 거다. 우리는 과학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생님의 직위를 복권시켜드리고 싶었다. - P234
개구리 커밋, 이제 와 생각해보니, 개구리 주제는 학기 초부터 시작된 거였다. 언터처블스라고 놀림 받던 아이들이 오히려 더영리하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아이들이 ‘개굴 개굴‘을 외쳐대는 게내 이름 때문이란 걸,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P245
수요일에 나는 다시 출근했다. 학교가 무사히 잘 있는지 궁금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들이 과학경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을자책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의 기대치 이상이었다. 부부젤라를 가져다가 강물에 빠트린이후, 아이들은 매일매일 나의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 P246
이번 학기 동안 언터처블스 아이들은 내게 정말 많은 것들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여전히 교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 아이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아직 아이들에게 해줄 것이많다. 지금 이 아이들뿐 아니라, 앞으로 맡게 될 아이들에게도 "은퇴 안 합니다. 내년에도 아이들을 맡게 해줘요‘ - P250
나의 교직 생활은 평탄치 않게 흘러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모든 면에서 가장 형편없으나, 내 생애 가장 훌륭한 아이들과 함께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꼭 해야 할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가르칠 수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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