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희유분>(正信有分)은 수보리의 물음에 부처님께서 매우 자상하게 대답을 해주시는 대목이다. 먼저 수보리가 부처님의법문이 너무 심오하다고 생각하여 이 깊은 법문을 중생들이 제대로믿을 수 있을까 염려를 한다. - P62
후오백세란 부처님의 정법이 수행하는 중생들의 근기가 약해짐에 따라 오백년 단위로 쇠퇴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말이다. 지도론』(智度論)에 설명된 ‘오뇌고설‘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이후의 오백년 동안을 ‘해탈뇌고‘(牢固: 뇌고는 때로는견고라고도 함)라 하여 쉽게 도를 이루어 해탈을 얻는 시대라 하였고, 다음 오백년을 ‘선정되고‘(禪定)라 하여 수행하여 도를 이루는 이가 적어도 선정을 이루는 이가 많은 시대라 하였다. 그리고셋째 오백년은 다문뇌고‘(多聞牢固)로 지식이 많아 이론은 발달하나 실제 수행이 쇠퇴한 시대라 하고, 넷째 오백년은 탑사되고塔寺로 절을 짓고 탑을 세우는 일이 성행하는 시대를 말한다. 다섯째 ‘투쟁뇌고싸움이 일어나는 시대로 이 시대를 후오)는백세라 한다. 그러나 이 후오백세의 말법시대에도 계를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 부처님의 설법에 진실한 믿음을 낸다고 하여 부처님께서는 수보리의 의심을 끊어주신다. - P63
어디에도 고집함이 없어 관념적인 모양내기에 걸리지 않으면 이때 비로소 중도(中道)실상을 터득하게 된다. ‘부처님의 설법마저 뗏목의 비유로 알라‘는 것은 실상의 진리는 말로 미칠 수 없으며, 말이란 다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구실을 하는 방편에 불과하다는뜻이다. 결국 깨달음을 방해하는 실체는 마음속에 있는 관념적 고집성이며, 이것이 번뇌와 집착을 만들어 중생을 미혹 속에 몰아넣어버린다.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살라‘는 바로 집착을 타기하는 말이다. - P64
삼론종만유제법(萬有諸法)이 자성(自性)이 없어서 모중에서두가 공하다고 말한 것은 ‘상대적 공이 아니라 언어 사려가 끊어진절대적인 묘공(空)‘이라 주장하며 공을 논하고 있다. 이렇게 공에대하여 철저한 이론을 세우기도 한 승조 법사는 부처님의 십대제자가운데 수보리처럼 해공제일이라 불리었다. - P65
이 장에서는 부처님이 정각을 얻은 바가 없고 법을 설하지도의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무득무설분>이다. 이것은 ‘일체의 관념적생각이 앞서지 말아야 한다‘는 앞에서의 부처님 말씀을 듣고 "그렇다면 ‘나‘라는 자기 존재의식이 없이 어떻게 법을 설할 수가 있으며 위없는 정각을 누가 얻었는가?" 하는 수보리의 의심이 제기되어이를 해소해 주는 말이다. - P69
객관적 사실로 볼 때 부처님은 분명히 위없는 정각을 얻었고 중생들을 위하여 수많은 설법을 하셨지만, 그러나 그렇게 현상의 사실에 끌려가 관념을 형성하면 고집의 집착이 생기므로 이를 사전에방지하기 위하여 부처님이 넌지시 수보리에게 물었다. "여래가 위없는 정각을 얻었다고 생각하느냐? 설한 바 법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없다‘ 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하신 말씀으로, 일체 형상을 떠난 실상의 참 진리는 감각으로 느끼는 대상이 아니며 인식으로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 P69
반야심경의 ‘색불이공 공불이색‘이란 말의 뜻처럼 현상을 공으로 보고, 그 공속에서 동시에 현상을 찾아내는 중도실상의 이치가천명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객관 경계를 금강경』에서는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있다는 것은 미혹한 중생의 고집일 뿐이며,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물론 고집일 뿐이다. 무위법에서 차별이 있다는 것은, 실상에 입각한 본래의 무위법이 수행정도에 따라 유위의 현상으로 차별된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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