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금강경 이야기 - 머무름 없이 살라
지안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자서

불교의 경전은 깨달음의 길을 안내해 주는 하나의 도정기이다.
때로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손가락을 통해 달을 보듯이, 인생을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경전을 통해 미로를 벗어나는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해 주는 설법의 주인이시다. 때문에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이를 위해서 불교가 있는 것이다. 닫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열리게 해주는 경전 속의 부처님 말씀은 최고의 영양가를 가지고 있는 법의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다행히 옛날에 비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불교서적을 찾는 독서가들이 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경전을 의지해 불교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불교 공부의 필수 과정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지식 공간에는 불교 경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세상 일이 다 그러하듯이, 어떤 동기나 계기로 경전을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으 - P9

리라 믿어진다.
강원 생활을 오래 해 온 경력 때문에 소위 이력과목을 펼쳐 놓고지내온 시간이 꽤 많았다. 특히 금강경은 한때 매일 독송을 하면서 신심을 다지며 번뇌를 극복하려 무던히 애써 본 적이 있는 경이다. 한말의 용악(岳) 스님처럼 10만번을 독송해 보리라 마음먹은적도 있었다. 이 경을 읽으면 내 의식에 곧잘 끼어들던 어떤 무상감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자아관념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듯하기도 했다. 다른 경전도 다 그러했지만 특히 『금강경』은 내 마음속에 느껴지는 무상을 달래 주는 좋은 법문이었다. 이 경을 통해서 나는 무상을 뛰어넘고 영원을 기약할 수 있는 그 무엇이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나는 「금강경」을 무척 좋아한다.
꽃을 오래 재배한 사람이 때로는 꽃을 화분에 옮겨 거실에 두거나 꽃병에 꽃을 꽂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처럼, 은근히 금강경」에 관한 글을 써서 나중에 나도 읽어 보고 남도 읽어 보도록 했으면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조금씩 컴퓨터 워드프로세스로 원고를 만들어 두었다가 책을 출판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무척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할 일이지만, 주위의 권유도 있었고 출판사와 - P10

의 인연도 닿아 변변찮은 책을 내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원고를 엮고 보니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미진한 점이 발견되어 부끄러운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일은 어디까지나 금강경을 누군가에게 소개해 보고 싶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으로 이루어졌다.
자서(自序)를 쓰면서 생각하니 한편에서 은혜를 느끼는 마음이 가슴 뭉클하게 일어난다. 오래전에 열반에 드신 벽지 안자은사스님의 은혜와 강맥(講의 인연을 잇게 해 주신 봉선사의 월운(月雲) 노스님, 그리고 변변찮은 원고를 읽어주고 많은 조언과 기꺼이 서문까지 써 준 전 동국대 교수 호진 스님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호진 스님은 선배이면서도 나를 도반처럼생각해 주는 언제나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존경스러운 스님이다.
스님의 인품에 많은 감동을 하고 지내왔다.
한 가지 바라는 바는, 인연 닿는 누군가에게 이 책이 읽혀질 경우, 나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금강경」이 전달해주는 어떤 의미가가슴속 깊이 느껴져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6년 8월
은해사 승가대학원 혜안당에서 지안 합장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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