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행은 다행일 때도 있어요. 나무꾼 부부에게는 키워야 할 아이들이 없었거든요. 가난한 남편 나무꾼은 이러한 은총에 대해 매일매일 하늘을 향해 감사를 드렸어요. 하지만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어요. 키울 아이가 없다는 건 사랑할 아이 또한 없다는 뜻이니까요. - P10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열차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는 게좋았어요. 열차를 보며 들떠서는 배고픔과 추위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행을 상상하곤 했어요. 그리고 차츰차츰 열차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자신의삶을 꾸려 갔어요. - P12
열차가 지나간 뒤로도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오랫동안종이를 펼쳐 보곤 했어요. 밤이 찾아올 때나, 너무너무 배가고플 때나, 추위가 더한층 살을 에일 때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종교적이고 경건한 마음으로 종이를 다시 펼쳤어요.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급히 휘갈겨 쓴 글씨를 바라보았어요. 그녀는 그 어떤 언어도 읽거나 쓰는 법을 몰랐어요. 착한 남편은 글자를 조금 알았지만, 남편 또는 그 누구와도 열차가 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 P14
쌍둥이는 정확히 1942년 봄, 아주 불행한 시기에 태어났어요. 유대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인가요? 게다가 한꺼번에 둘씩이나 ‘행운‘의 노란 별을 달고 태어나게 놔두어야하는 걸까요? 그럼에도 드랑시 수용소에서 그와 가족이 1942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쌍둥이 덕분이었어요. - P16
"아빠 눈을 닮았구나." 아기들의 엄마 디나가 말했어요. 맞는 말이었어요. 아기들의 첫 울음은 굉장했어요. 쌍둥이의 하나뿐인 엄마는 젖과희망이 넘쳐 나서 금세 아기들을 조용히 잠재웠어요. 합창으로 울던 쌍둥이는 이내 울음을 멈추었고, 마침내 편안해져서꿈꾸듯 젖을 계속 빨았어요. - P18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볼품없는 나뭇단을 버리고 가능한 한 빨리 눈 위에 놓인 작은보따리 쪽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신기한 선물 포장을 푸는 것처럼 흥분해서 서둘러 끈을풀었어요. 그리하여 나타난 것은, 정말 신기하게도, 그녀가 매일매일 소원을 빌었던 것, 늘 꿈속에서 원하던 것이었어요. 작은보따리 좀 보세요. 보따리를 풀자마자 나타난 것은 천사 같은미소를 짓는 아기가 아니었어요. 다정하게 팔을 벌리는 아기가 아니었어요. 살려고 주먹을 꼭 쥐고 휘저으며 배고픔에 울부짖는 아기였어요. 보따리는 항의하고 또 항의했어요. - P28
기뻤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여기 엄마를 보세요. 젖도 안 나오는 엄마예요. 내 아기가배가 고파요. 그런데 어떻게 하죠? 무엇을 해야하죠? 화물 열차의 신은 왜 이 아기에게 먹일 우유도 주지 않은 거죠? 왜? 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신들은 무엇으로 이아기를 먹여 살리기를 바라는 걸까요? - P29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아기에게 물과 카샤를 번갈아 먹이며 갈증과 배고픔을 달래 주었어요. 그러면서 오래전부터전해 내려오는 자장가를 아기 귓가에 흥얼거렸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기는 새로운 엄마의 팔에서 조용해졌어요. "잘 자라 나의 작은 화물. 잘 자라 잘 자라 내게 온 나의작은 보따리. 잘 자라 잘 자라 내 아기, 잘 자라." - P30
우리의 가난한 여자 나무꾼은 두 팔에 아기를 꼭 껴안고잠이 들었어요. 가난한 남자 나무꾼들과 여자 나무꾼들의 낙원보다 더 높은 곳,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에덴 동산보다 더높은 곳, 신들과 어머니들에게만 허락된 정원이 있는,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잠들었어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게요.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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