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나 식물의 모든 것, 즉모든 생물의 모든 세부는 마치 누군가가 설계하고 창조한 것처럼 우리를 압도한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그것이우리가 1장에서 만난 수많은 신 중 하나의 솜씨라고 잘못ㅡ생각했다. 또는 특정한 신이 아니라 어떤 이름 모를 창조자의솜씨라고 생각했다. - P210
앞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색깔 패턴을 보여주거나 생존을 돕기 위해 영리한 일을 하는 멋지게 설계된 동물들의 놀라운 예로 가득했다. 각각의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이렇게 물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내고 실현한 설계자, 창조자, 현명한 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았던모든 동식물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이 예들의 정확히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설계자가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답은 ‘있을 법하지 않음‘이고, 이제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려 한다. - P223
동전 던지기의 경우는 특정한 결과가 나올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적어도 복잡할 건 없다. 인간의 눈 또는 치타의 심장이 얼마나 있을 법하지 않은지는 동전 던지기처럼 산수로 정확한 확률을 계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매우 있을 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이나 심장같은 것은 어쩌다 보니 재수 좋게 생겨나지 않는다. 이런 ‘있을 법하지 않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것들은 설계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장과 다음 장에서의내 임무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계자는 없었다. 눈이든, 눈을 설계할 수 있는 창조자든 있을 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라는 문제에는 창조자가 아닌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그 해결책을 제공한 사람이 찰스 다윈이었다. - P224
새끼 치타는 항상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발톱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유전자가 부모버전과 완전히 같지 않은 새로운 새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유전자는 무작위로 바뀌었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돌연변이 과정 자체는 무작위적이다. 그것은 좋은 쪽으로 유도되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돌연변이 유전자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하지만 약간 더 긴 발톱의 예처럼 몇몇 경우는 상황을 더 좋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경우 그런 돌연변이가 일어난 동물(혹은 식물)은 살아남을 가능성이더 높고, 따라서 그 돌연변이 유전자를 포함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것이 다윈이 자연선택이라고 부른 과정이다(하지만 그는 ‘돌연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않았다). - P229
다윈의 위대한 점은 인간 선택자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깨달았다는 데 있다. 자연은 그 모든 일을 혼자서 수억 년 동안 해왔다. 어떤 돌연변이 유전자는 동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유전자는 개체군 내에서 출현 빈도가높아진다.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는 동물이 생존하고 번식하는걸 더 어렵게 만들고, 따라서 개체군 내에서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 P231
그렇다면 100만 세기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지 한번 생각해보라. 우리 조상들이 바다에서 기어 나온 물고기였던 때로부터 300만 세기가지났다. 그건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다. 매 세대 한 단계씩무수히 많은 세대에 걸쳐 변화를 축적할 기회가 있었다. 다시말하지만, 성공적인 돌연변이는 비록 무작위적이더라도 작다는 게 핵심이다. 돌연변이 동물은 무작위로 뒤섞인 엉망진창이 아니다. 각각의 무작위적 변화가 그 동물을 앞 세대와 아주조금만 달라지게 만든다. - P232
우리를 생존에 적합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는 종마다다르다. 치타의 경우는 단거리 질주이고, 늑대의 경우는 장거리 달리기이며, 풀의 경우는 햇빛을 잘 흡수하고 소(또는 잔디깎기)한테 뜯기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고, 소의 경우는 풀을 잘 소화하는 것이며, 매의 경우는 맴돌며 먹이를 포착하는 것이고, 두더지와 땅돼지의 경우는 땅을 잘 파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것은 경제적 수지타산을 잘 맞추는 것이다. 몸의 구석구석과 수십억 개의 세포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는 수천 가지 과정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그 모두는세부는 크게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래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일에 능하다는 것이다. 그 모두는 살아남아유전자를 전달하는 일을 잘하게 해주는 바로 그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능하다. ‘살아남아 유전자 전달하기‘라는 같은 일을하는 각기 다른 수단들인 것이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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