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五蘊이 흩어지는 걸 죽음이라 부르는 겁니다. 죽음이란 대단히 거창하고 두렵고 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때 가합假슴으로 만났던 오온, 즉 색 · 수受 · 상想 · 행行·식이 헤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저들오온은 그저 무상할 따름으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어떤 운동현상일 뿐입니다. - P11

인생은 불교용어로 풀자면 제행이 됩니다.
제행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인연 따라 복합적으로 만나 얽히고설키며 전개되는 것이라서 천류라고도 합니다. 변천할 천遷에 흐를 류流이니, 끊임없이 변천하면서 흘러가는 것, 그것이 행입니다. - P13

생사가 없는 그 경지, 즉 열반은 모든 존재가 도달해야 할 궁극이자 종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노사가 없을 수 있고, 어떻게하면 생이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도성제, 즉 팔정도입니다. 팔정도를 닦는 것이 노사를 없애는 길이요, 생을 없애는 길이요, 유를 없애는 길이요, 취를 없애는 길이요, 애를, 수를, 촉을, 육처를 명색을,식을,제행을 없애는 길이요. 드디어는 무명도 없애는 길이다.‘ - P17

우리가 수행을 통해 향상을 시도한다는 것자체가 아직 명의 상태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뜻이 되고 그래서 역관의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 이때는연결고리를 끊어서 연결 관계를 차단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 P18

한편 역관을 실현해 내는 것이 팔정도라면, 이 팔정도의 길을 비추어 주고 이끌어 주는 것은 법입니다.
법은 부처님이 진리를 가르치기 위해 쓰시는 수미일관된 체계입니다. 12연기를 순관을 하는 것도 법이고역관하는 것도 법입니다. 말하자면 ‘ㅇㅇ이 있으면, ㅇ0이 있다‘고 하는 것이 순관이고, ‘ㅇㅇ이 없어지면, 00이 없다‘, 또는 ‘ㅇㅇ이 없으려면 ㅇㅇ이 없어야 한다"고 관하는 것은 역관인데 부처님은 특히 역관을 실현하는 길을 도라 하시고 팔정도로 자세하게 설해 주신 겁니다. - P19

삼세양중인과설을 참고하여 제행을 보면,제행은과거세에 지은 여러 가지 행위들입니다. 과거세에 지은 인業因들이지요. 그것이 금세의 식을 규정합니다. 이 금세의 식이 육처를 통해 촉수애-취를 짓는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안·이·비·설·신·의眼耳육처로 촉수애취하는 대상은 명색입니다. - P22

그렇다면 제행은 왜 있는가? 제행은 무명無明 때문에 있습니다. 무명이 원인이 되어 태어남과 삶이 있게됩니다. 영가에게 닥친 죽음, 그 죽음의 원인도 무명입니다. 요컨대 우리 모두가 태어나고 살고 늙고 죽게되는 원인이 무명입니다. 도대체 왜 죽음이 발생하는가? 한 마디로 무명 때문입니다. 만일 무명과 갈애를넘어선 지혜를 증득하면 죽음을, 윤회를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 P23

앞서 이야기한 연기법도 지혜와 반드시 연계되어야만 합니다. 지혜의 결여가 무지, 무명이니 무명이연기의 첫머리에 놓이면 9연기가 갖고 있는 모든 한계성이 해결됩니다. 즉 12연기가 되면서 멸성제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무명이 있기에 유위의 연기가 이어진다고 하시면서 이 9연기를 제행으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해 ‘무명이 있으면 연기라는 제행이 있다. 그제행은 구체적으로는 ‘재생식再生識이 있으면 색色이 있고, 명색이 있으면 식이 있고, 그 다음 육처 등나머지 제 요소들이 있다"고 설명됩니다. - P24

이렇듯 무명에 의해 벌어지는 식-명색-육-촉수애-취유생-노사가 제행이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변화하는 요소들이 거듭거듭 이합집산하면서 흘러가기 때문에 인생은 그야말로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 P25

법은 제행의 흐름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갖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법法은 보다 나은 의미를 향한 향상의 노정으로 제행을 바꾸어나가는 의도적 측면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법답게 살아서 법을 바로 세운다면 금수나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존재의 흐름으로부터 의미 있는 삶의 도정으로 인간의 제행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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