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 산스끄리뜨 원전으로 만나는 원형의 금강경
현진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말

대승불경 원전어 산스끄리뜨를 배운다며 인도에서 수년을 지낸 후, 이제 겨우 철자 순서 정도는 헷갈리지 않을 때쯤이었다. 원전 독해를 시도해볼 만한 경전을 찾다가 구한 것이 각묵 스님의 『금강경 역해』였다.쉽게 우리말로 자세한 풀이까지 써놓은 것은 그 당시 그 책뿐이었다.
그러나 불교 경전이라 그런지 오히려 인도에선 함께 읽어줄 선생님을찾지 못한 채 자료 입력이나 해놓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로 들어와서야조금씩 혼자서 읽어가다 함께 읽을 사람들이 모여 몇 년간에 걸쳐 수차례 듬성듬성 읽어오던 것이 여기에 이르렀다.

경(經)이란 글자는 날줄이 걸린 베틀 곁에 실을 쌓아둔 모습과 같다. 씨줄을 어떻게 먹여 어떤 문양의 천을 짜내는가는 베틀에앉아 북을 손에 쥔 사람의 실력과 마음먹기에 따를 뿐이다. 물론 날줄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북을 놀렸다간 천이랄 것도 만들어질 리 없을 테니 어떻게 하는지 곁눈질로 천을 멋지게 엮어가는 옆 사람 것도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없이 옆을 따라가기만 할 바에야 베틀에 앉는 수고일랑 하지 말고 천 가게에 걸린 멋진 조각 하나 골라 사서쓰면 될 일이다. - P4

그래서 꽤나 정성 들여 생각을 해본다지만 어차피 중생인지라 생각은 하고 또 해보아도 그저 산냐(samjia)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반야(prajina)가 될 수 있을까? 결국 산냐라도 해보고 또 해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금강경』 같은 좋은 베틀에 실도 넉넉하고 눈 돌려 쳐다볼 것들도 차고 넘치니 혹시나 ‘반야‘라는 문양의 천조각이 짜여 나오지나 않을까 기대해볼 밖에. 그저 이런 베틀에 이렇게 날줄을걸어놓고 이러한 실들을 가져다놓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의도에 수고롭게도 이리했을까 하는 것도 간혹 되새겨가며 해보고 또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산냐건 망상이건 혹은 잠시 일어난 생각이건, 해보고 또해보다 엉겁결에 천조각을 하나 짜놓았다. 여기에 부처님의횡설수설(橫說竪說)하심이 조금이라도 담겼다면 비록 그곳 가는 날개는 못 지을지라도 여기 이곳에서 쓸 니사단(師壇)이라도 하나 만들 수 있었으면좋겠다.

서기 2021년 여름
상미재(相齋)에서 현진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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