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독들은 제 인생을 남만큼물로 채우겠다고 아웅다웅하며 살아반면 두레박들은 눈이 반짝반짝해. 좀 까칠하고 불만도 많고 빨리걷지. 딱 두레박이야. 두레박들은 원하는 거 줘도 금방 딴거 할 사람들이야. 붙들려고 하면 떠나버려 지적 보헤미안인 거라. 내가 늘말하는 우물 파는 사람들이라네. - P189

"나에게 행복은 완벽한 글 하나를 쓰는 거야.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계속 쓰는 것이고. 그런데 알고보면 이 세상에존재하는 모든 글은 실패한 글이라네. 지금까지 완성된 성인들 중에 글을 쓴 사람은 없어. 예수님이 글을 썼나? 공자가 글을 썼나?
다 그 제자들이 쓴 거지. 역설적으로 말하면 쓰여진 글은 완성되지못한 글이야. 성경도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인간이 쓴 글이고 세상의 모든 경전, 문자로 쓰여진 것은 결국 완성되지 못한 그림자의 흔적일 뿐이네. 나 또한 완성할 수 없으니 행복에 닿을 수 없어. 그저끝없이 쓰는 것이 행복인 동시에 갈증이고 쾌락이고 고통이야. 어찌 보면 고통이 목적이 돼버린 셈이지." - P191

골목이나 골방에 있는 사람은 남의 골방의 아픔을 모르거든.그러나 추위로 확연하게 느껴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모른다‘는 인정이 매우 중요하다네.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가 그래서 나온거야. 타자의 자리, 그절대성을 인정하는 게 사랑이고, 그 자리가 윤리의 출발점이라고.타자의 고통을 내 시야에서 단정 내리면, 모든 그림이 단순해지고왜곡이 생겨.

예를 들어볼까? 인간은 타자의 고통을 해결해보려고 분배의 문제로 풀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복잡성에 부딪히고 말았네. 사회주의가 그렇게 쉬운 선이 아니고 자본주의가 그렇게 쉬운 악이 아니었던 거지. - P195

어머니는 절대로 내 기억 속에서 돌아가시는 법이 없었어.여든여덟 살이 되어서도 어머니가 그토록 그리운 것은 어머니는선생에게 밥이었고 책이었기 때문이리라. 돌상에서 책을 잡은 것을두고두고 자랑삼아 얘기했다던 어머니.

"한국 어머니들의 모정이 더 애틋한 것 같습니다."

"품에 안고 등에 업고 육체로부터 밀착 교육을 하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모성애도 신화라고해. 짐승들도 급할땐 자식을 내동댕이치거든. 캥거루는 쫓기다가 도저히 못 견딜 때는 배 안의 새끼를 던져줘버려. 철새도 떠날 때가 되면 못 나는 새끼는 두고 날아가고,희생하는 어미도 있지만, 버리는 어미도 있는 거야.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