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이 책을 다 쓰고 검토하면서 일 하나가 끝났다는 만족감보다도 일본은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지지 않을지 불안감도 크다.

30년 전 1990년대 초반, 버블이 붕괴되어 경기가 침체되어 있던시기에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거품 속에서 떠다니던‘ 비정상적인 시대가 끝났다. ‘앞으로 일본 경제는 좀더 건실한 시대를 향해 걸을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불경기는 어쩔 수 없다‘고 약간의 여유를가지고 시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는가.
일본 경제 전반의 일은 차치하고서 대다수 사람의 삶은 이 30년간에 확실히 나빠졌다. 게다가 지금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년 뒤, 3년 뒤에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개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정상이라면 지금까지봐온 현실에 더욱 분노하고 분개해야 한다.

전반나치 레지스탕스 운동의 활동가이자 이후 프랑스 외교관으로‘세계인권선언‘의 기초자였던 스테판 에셀이 생각난다. - P316

나치와의 전투가 한창이던 때 에셀은 레지스탕스 동료들과 ‘해방후‘의 사회가 되어야 할 모습을 상상하며 실현해야 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경제와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모든 아이들에게 일체의 차별 없이 최상의 교육을 받게 하는 것‘, ‘나이든 노동자가 존엄을 지키며 여생을 편히 보내는 데 필요한 연금‘ 등의일상생활에서 ‘출판· 보도의 자유와 존중, 국가, 자본, 외압으로부터의독립‘ 등의 정신의 영역까지.

그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해방 후‘ 프랑스에서 실현되었다.그것이 지금(21세기에 들어서서 10년쯤 지난 프랑스) ‘이민이 불법 입국으로 취급받아 강제 퇴거당하고 배척받는 사회, 연금과 사회보장이축소되는 사회, 언론이 부자의 손에 쥐여지는 사회, 레지스탕스의 진정한 후계자라면 ..… 결코 용인하지 않았을‘ 사회가 되고 있다고 에셀은적고 있다. 93세 때의 저서였다(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나라에는 더 이상 시민에게 사용할 돈이 없다고 낮두껍게 말하는사람이 있다. 그러나 유럽이 모조리 파괴되고 프랑스가 해방된 그시기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많은 부가 생겨나고 있는데도 사회의기초를 유지하는 돈이 어째서 오늘날 부족한 것인가.

마치 지금의 일본과 같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앞에 두고도 93세의 에셀은 개탄하지 않는다.푸념하지도 않는다. 에셀은 단지 분노하고 분개하고 있었다. - P317

그리고세상 사람들을 향해서, 특히 젊은이들을 향해서 ‘분노하라, 분개하라‘고 장려하는 것이다.
다시 에셀의 말을 인용한다.

분노는 귀중하다. 예전 나치즘에 분노를 느꼈던 나처럼 분노의 대상을 가진 사람은 씩씩하게 전진하는 전사가 되어 역사의 흐름에참여한다. 역사의 면면한 흐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 계속이어져 가는 것이다. 이 흐름이 향하는 곳은 보다 많은 정의, 보다많은 자유다. ..… 정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을 위해서 일어나 권리를 쟁취할 힘을 빌려줘야 한다.

계속해서 읽어보자.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무관심이다. ‘어차피 난 안 돼.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라는 태도다. 그런 자세라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 그 하나가 분노이고, 분노의 대상에 스스로 도전하는 의지다.

그것이다. 이 책을 끝맺은 나에게,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은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인 것이다. - P318

경제 이야기로 돌아가자. 일본의 현실을 보면 일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시킬 만큼의경제 기반은 지금의 일본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9장의 마지막에적은 그대로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생산력이 현격히 발달한 미래에서 실현가능한 하나의 유토피아를 그려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미 그 실현이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지금의 정치 권력에게는 그런 실현 가능한 사회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사회는 실현 가능한 사회로써 우리 눈앞에 있다. 필요하다면 그 사회 실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어서 보여줄 수도 있다. 그걸보여주고 있는 야당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권력에는 그런 사회를 실현시키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사회는 정반대의 사회를 향해서, 지금의 사회를 한층 더 살기 힘든 사회로 만들기위해서 더욱 ‘개혁‘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내가 우리들이 분노하고 분개해야 하는 것은 이런 현실이다.

2019년 9월 얀베 유키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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