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도등론 역해 : 티베트어 원전 완역 - 티베트불교 도차제 사상의 뿌리
아띠쌰 지음, 중암 선혜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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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우리 불교계에도 아띠쌰(Atisa)의 『보리도등론(菩提이미 많이)이알려진 상태이지만, 『보리도등론』의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널리 알리고싶어서 이를 세밀하게 역해해서 보리도등론 역해란 이름으로 펴내게되었다.

지존하신 쫑카빠 (Tsori kha pa) 대사께서는 『보리도등론』에 담긴 도차제의 가르침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스승인 우마와(dBu ma ba)께 서신을 올렸다. 이 서신에서 쫑카빠 대사는 "이 도리에 대해서 분명한 확신을 어려움이 없이 낳게 해주는 그것이, 내외의 모든 학파의 바다와 같은 교설에 통달함은 물론이고, (중략) 실지를 얻은 허다한 선지식들이 크게 섭수하고, 현밀의 무수한 본존들이 호념하고 가지한 대보살 디뺨까라·쓰리즈냐나(Dipamkara Śrījñāna, 吉祥燃燈智)의 교계인 보리도차제(菩提道第)였습니다."라고 법의 희열이 충만한 심정을 토로함과『람림첸모(菩提道論)』에서 "이 교계는 대체로 미륵자존께서 저술하신 현관장엄론의 가르침이며, 특별히 이것람림첸모의 교계의 교전은 보리도등론이다. 그러므로 그 논의 저자가 또한 이 논의저자인 셈이기도 하다."라고 해서, 아띠싸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시 하였듯이, - P4

저자 또한 쫑카빠 대사의 뛰어난 법의 안목과 극진한 존경심을 받들어서 조오제(大恩人)의 보리도등론에 깃들어 있는 깊고 넓은뜻을 나름 여실하게 파헤치고 드러내 보인 ‘보리도등론 해를 출간하게 되었다. 그 두 스승님의 견(見)ㆍ수(修) · 행(行)을 따르는 후학으로서 기쁜 마음이 그지없다.

『보리도등론』은 외적으로는 단지 68게송으로 구성된 짧은 논서이나,내적으로는 현밀 () 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이 없고서는 그가치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희유한 논서이다. 개략적으로 그 내용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교리적으로 삼승과 현밀의 모든 불법을 삼사(三의 도차제로 서로 모순이 없이 회통해서 여래의 깊은 의향을 밝게드러낸 일종의 교상판석(釋)에 해당하는 서라는 것이다.

둘째는 극무주의 중관 사상으로 승의에서 유심(唯心)과 반야의 실재를 부정하는 ① 모든 사물이 남김없이 무생(無生)이며,②극무주極無住)이며, ③ [자성이] 열반(涅槃)이며, ④ [본래 청정(淸淨)이며, - P5

③ 무근무본(無根無本)이며, ⑥ 제법이 불성립(不立)임을 승인하는쁘라쌍기까(Prisangika)라 부르는 중관귀류(中)의 교리로써 대승에서 말하는 무주처열반의 성불의 길을 밝혀 놓은 수행에대한 논서라는 것이다.

셋째는 11세기 당시 타락과 혼란의 수렁 속에 빠져 있던 티베트불교의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서부 티베트구게(Gu ge) 왕국의법왕인 예시외(Ye ses hod, 智光)와 장춥외 (Byaichubhod, 菩提光)께서 불교중흥을 위해서 세운 지고한 발원과 헌신의 노력이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이니, 이것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막대한 재물과 여정의 노고가 들어간 끝에 겨우 생겨난 우담바라꽃같이 참으로 귀중한 논서라는 것이다.

아띠싸께서 3년의 여정 끝에 구게 왕국에 도착하자 법왕 장외와대신들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백성이 뛰쳐나와, "두 법왕의 인물과 재물과 식량의 셋을 고갈시킨 그 빤디따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보아야 한다."라고 소리를 치고 몰려와서 길거리를 가득하게 메웠다고 알려졌듯이, 불교를 부흥하려는 법왕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견고한 발원과황금 등의 재물을 아끼지 않은 청정한 증상의요(增上)의 결과물이었으니, 법왕 장외는 아띠쌰존자께 황금 300냥을 예물로 올린 뒤, - P6

"이티베트 땅에는 부처님의 법인 대승의 가르침에 대하여 삿되게 분별하는 사람 또는 선지식에 의해 제대로 섭수되지 못한 자들이 서로 다투고있고, 자기의 분별로 심오하고 광대한 법의 뜻을 [이해하고 행함으로써서로가 반목함이 허다하니, 그들의 의심을 없애주시길 바랍니다."라고청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보리도등론』은 법왕의 지고한 발원과 헌신의 결과로 탄생한 귀중한 논서이다.

넷째는 ‘보리도등론이 당시 티베트의 구법승들에게 올바른 수행의 길을 제시해 준 논서라는 것이다. 인도와 네팔 등지로 불법을 배우기위해서 신명과 재물을 아끼지 않고 노력했던 그들이, 성불의 길을 설하는 불법의 다양한 가르침과 방편들 속에서 어떠한 견해를 지니고 어떠한 방편을 택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들이던진 갖가지의 질문들에 답하면서 중관에 의지해서 무주처열반을 성취하는 점수(修)의 반야바라밀다의 길과 즉신성불의 무상유가딴뜨라의 길을 올바르게제시해 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수행의 논서이다. 예를 들면, "중관과유식의 둘 가운데 진실의(義)를 위해서 어떤 것을 지녀야 합니까?"와 "상위의 비밀(秘密)과 반야(般若智)의 두 관정을 범행자가 받는 것이 가능합니까?"와 "돈수(修)가 합당하고, 점수(修)는 필요하지 않다" - P7

라는 등의 질문에 대하여 상사전승의 우빠데쌰로써 그 해답을 『보리도등론』의 게송들 속에 명쾌하게 밝혀 놓은 것이다.

다섯째는 ‘보리도등론』은 인도의 심견(見)과 행(行)과 가지의 세 전승의 우빠데쌰가 하나로 응결된 인도불교가 낳은 역사적인 논전이자, 티베트의 후전기(後傳) 불교의 교학과 수행의 기반이 되어서 티베트불교를 어둠 속에서 구출하는 동시에 다시 융성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견고한 토대가 되어준 위대한 논서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들을 잘 알고 그것을 염두에 둔 뒤 『보리도등론』을 접한다면, 수행의 측면에서는 삼승(三乘)과 현밀(顯密)의 모든 법을세존께서 삼사(三士)의 도차제에 의해서 설하신 깊은 뜻을 저절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갖가지의 근기에 맞춰서 다양하게 설해진 불법의 길을정확하게 깨달아서 자신에게 맞는 수행의 길로 나아가게 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선종과 남방불교 등 갖가지 불교가 섞여 있는 한국불교의 환경 속에서 티베트불교를 받아들이고 있는 불자들에게도 인도의 중관학파에서 전승하는 이전구결을 통해서 법의 안목을 열어주는 큰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 P8

보리도등론이 티베트불교에 끼친 업적을 요약하면, 로쌍도제랍링(Lobsang Dorjee Rabling)의 『조오제재빼습챈응아(大恩人著五部小論)』에서,
"보리도등론이라 부르는 그 희유한 논전을 을유년에 저술함으로써, 과거에 티베트에서 일어났던 갖가지의 사법(邪法)들이 저절로 소멸하였다."라고 하였듯이, 랑다르마(gLandarma) 왕의 파불사태로 말미암아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진 티베트 땅에 불일(佛日)이 다시 밝아옴으로써, 무수한 유정들이 해탈의 성채에 들어가고, 피안의 세계에 도달함으로써 윤회의 고통이 끝난 열반성에는 무루의 환희를 노래하는 즐거운 연회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므로 낙초·로짜와(Nag tsho Lo tsā ba)께서 아띠씨의 팔십찬에서, "과거 티베트는 어둠의 땅과 같았으나, 오늘날 지금은 영취산과 같다."라고 하였고, 또한 "과거 티베트는 짐승과 같은 야만의 땅이었으나, 오늘날 지금은 성자의 정원과 같다."라고 찬탄한 것은 단순한치사가 아님을 알 수가 있다. 길상원만!

2021년 12월
따라 불모님이 자생하는 양라쉬의 성소에서 중앙 합장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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