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단지 자본주의의 산물만은 아니다. 금융의 역사는 기원전 4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동의 초기 문명이었던 바빌론에는 이미 정교한 금융 시스템이 있었다. 심지어 신용과 빚도 존재했다. 이는 인류가 금융 시스템이 없는 문명에서 살아본 적이 거의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문명이 분업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1

자원의 이동은 금융 시스템에 의해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가 4천 년 전의 바빌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사회와 경제가 복잡해지거나 부유해질수록 금융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한다. 보험, 모기지, 신용카드,다양한 저축, 연금 등 금융상품에 대한 욕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10년 전보다 지금의 금융이 훨씬 중요해졌듯 10년 뒤의 금융도 오늘날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문제는 ‘점차 더 역할이 커지는 금융경제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 P22

19세기 영국 <이코노미스트》 초대 편집장을 지낸 월터 배젓은 "금융위기가 오면 아무도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대출자lender of last resort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최종대출자는 중앙은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월터 배젓의 말대로 금융위기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돈을 빌려주면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 2007년 위기에서도 미국 정부는 극단적인대부를 감행했다. - P24

금융위기 전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는 9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를 밑돌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엔 3배가 넘는 2조8천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 말은 연방준비제도가 대출을 3배로늘렸다는 뜻이다. 또한 많은 증권을 사들여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와 같은 대처로 미국은 금융위기로인해 경제상황이 극단적으로 파탄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이러한 대처 끝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공급된 유동성 때문에 위기가 끝나고 은행이 대출을 시작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 P24

금융은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현대 경제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현대 경제가 강력한 금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금융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고통받는다. 그렇다면 개인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주 단순한 해법이지만 금융 시스템과전체 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알고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 P25

어떤 이유로 금융 시장에 뛰어든 간에 주의할 점은 분명히 있다.적어도 금융 시장의 구성 요소와 금융상품의 성격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옷을 하나 구입할 때도 판매자가 옆에서 어떤 말을 해주든 본인 스스로가 유행에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닌지, 나한테 어울리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인지, 바느질은 꼼꼼하게 되어 있는지 살핀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는 온전히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의 말에만 의존해 선택하는 경우가허다하다. 한 벌의 옷값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을 맡기면서 상품의 수익률이나 위험성에 대해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는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 P26

은행이나 증권사는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당신의 이익이 아니라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업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재테크는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일정액으로 정해져 있는 자신의 수입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유지시키는 방법일 뿐이다. 운이 좋아 금융상품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해도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지 못한 채피같은내돈을 무지함 때문에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P27

시장은규제가 필요하다

"금융위기에 대해 정부와 민간 부문 모두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금융기관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위험요소를 받아들였습니다. 정부 규제담당자들은 임무를 게을리했습니다. 양쪽 다 비난받을 만합니다. 더 성숙한관점을 가질 때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시장은 규제가 필요합니다. 게임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금융기관을정부가 보호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무너지고 파산했어야 하는 금융기관들을 정부가 파산을 막아주고일으켜 세워줍니다. 이 금융기관 사람들이 납세자들의 희생으로 많은 돈을벌어갔다는 의미죠.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정부가 입장을 강경하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손을 놓고, 절대 다시는 안 도와준다고 말을 해야죠. 문제는 아무도 안 믿을 겁니다. 믿지 않기 때문에 또 위험한 행동들을 하겠죠. 그러면 또 금융위기가 와요. 그때 정부는 한 번만 더 구제해주고 다시는 안 해준다고 하죠. 10대 아이가 집에 늦게 와서 차는 온통 긁히고 술 냄새가 나는데 이번에만 봐주고 다음부터 혼낼 거라고 말하는 것과같아요. 아무 소용이 없죠."

펀드 상품에는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데 그 수수료는 펀드 상품을판매한 은행에서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은행은 펀드를 고객에게판매할 뿐이고 실제로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자산운용회사다. 자산운용회사에서도 수수료를 챙길 뿐 아니라 매번 수익의 일정 부분을떼어 보수를 줘야 한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수익이 생겨 보수를줄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해도보수는 원금에서 챙겨간다. - P33

매니저가 있는 자산운용회사의 운용보수보다 은행, 보험회사 등의판매보수가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이것은 상품을 권하는 판매자가 고객의 수익성보다 판매보수가 높은 비율로 측정된 상품을 더 많이 권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펀드 상품에 가입할 때는 판매자의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알맞은 것인지 스스로 꼼꼼하게살펴봐야 한다. - P34

판매자의 유혹에 넘어가 펀드를 가입하는 건 고객의 자유지만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까지 다 날려도 판매자나 회사가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고객의 몫일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온전히 판매자의 말을 믿기보다 좋은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36

금융상품은 수학공식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유동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금융이다. 지금 당장은 수익이 날 것처럼 보여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품들도 많다. 저수익 상품이라도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은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땐 항상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 위험부담에 따른달달한 열매뿐만 아니라 위험부담에 따른 손실의 책임도 온전히 당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37

오늘날의 금융계에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금융계의 윤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전혀 없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오로지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한다고요. 이것이 어떤 사람들과 펀드의 경우에는 분명히 사실입니다. 더 큰 질문은 금융계 전체에 도덕성이 결여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비해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산업이든 어느 정도의 윤리적 틀이 필요합니다."

펀드와 주식은 주식을 매매해서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공통점이있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펀드는 펀드매니저를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펀드 매니저에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전문가가 실시간 바뀌는 증시를 체크하며 대신 운영해주니 신경 쓸 일이 적다. 또한 펀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모은 대규모 자금으로 수십 종목의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펀드도 완벽하게안정적이지는 않다. 전문가라 해도 주식 시장이 언제 폭락하고 어떤손실이 날지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펀드는 예금보호를받지 못하기 때문에 손실이 나면 투자한 돈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 P41

주식을 하는 이유는 돈을 투자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는 돈을벌기 위해 가게를 여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돈을투자해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게는 주식과 달리 돈으로 돈을 벌진 않는다. 가게를 차리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과정도 있지만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건 가게를 운영하는 능력과노동력이다. - P44

정보화 사회답게 인터넷 여기저기에 정보는 다 개방돼 있지만 진짜중요한 정보,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정보는 권력과 경제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이 그들을 따라잡는 건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P46

어차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할 거라면 투자 전에충분히 공부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이좋다. 또한 주식투자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몫 이상을 투자하지 않도록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다.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