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대회 대상은 외교관에게

과장해서 말하기 경연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외교관도 참가하였다. 그는 자기 차례가 돌아오자 "외교관이란 자기의 속마음을 얘기하는사람입니다 A diplomat speaks his mind"라고 했다. 대회는 여기서 끝났다. 더이상 경연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 사람이 대상을 받았다. - P29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 주재 대사, 트럼프 행정부에서 러시아 주재대사를 지낸 헌츠먼 미국대사는 외교관에 관한 감춰진 비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외교관들은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을 때 무엇인가를 말하도록, 그리고 무엇인가 말할 것이 있을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훈련된 사람들이다." - P30

중국인들은 타고난 외교관?

중국 전문가인 김하중 대사는 중국인 화법의 특색을 이렇게 말한다.

•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을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갖추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 그들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할 때 절대로 명확하게말하지 않는다.

• 1 더하기 1을 2라고 단박에 말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다. 명쾌하게 말하는 사람은 보통사람이거나 실무자일 것이다. 높은 사람은 한참 얘기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 P30

외교수사는 일부러 꾸민 말이다. 형식적 · 상투적인 말이다. 아부하는 말이다. 모호하다. (때로는) 기만적이다.

외교수사는 듣는 사람의 비위에 맞춘 말이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말이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니다. 한참을 들어도 외교관의 말에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외교에서 레토릭을 쓰는 것은듣는 사람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도 있지만 많은 경우 상대의 기분을 맞춰줌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외교수사는 때로 기만적이다. 말과 행동을 상황과 맥락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오인식을 피할 수 있다. - P37

한중 관계를 묘사하는 명칭

한중 관계에 붙여진 명칭은 우호협력 관계→ 협력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바뀌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양국 관계를 ‘우호협력 관계‘로 불렀다. 6년 후(1998) 김대중 정부는 ‘협력동반자 관계‘라고 했다. 이로부터 5년 후(2003) 노무현 정부는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불렀다. 그러더니 5년 후(2008) 이명박 정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바꾸었다. 이런 명칭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레토릭에 불과했다. - P42

외교관은 분위기를 재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읽어 대화에 임한다. ‘외교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눈치 있게 말하는 것‘이다(diplomatically=tactfully). 영어 단어 tact는 상대방의 기분(감정)을 건드리지않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그때그때 읽어낼 수 있는 것, 상황을 재빨리파악할 수 있는 것 등을 의미한다. 또한 tact는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처신이 무엇인지를 분간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tact는 우리말의 ‘눈치‘
에 가장 가까운 영어 단어다. - P43

외교적 언행은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해 주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경우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가 하는 말에 일단 수긍을 한 다음 내 말을 하는 것도 공손과 배려다. 외교관들은 ‘Yes, but…‘ 어법을 잘 쓴다. 이런 어법을 쓰면 상대방과 다른 의견이나 입장을 개진하면서도 거부감을 덜 줄 수 있다. - P45

배려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세심하게 유의하는일이다. 예를 들어,내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해보고 말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일,학식, 재산, 신분, 지위 등을과시하는 일, 상대방의 약점, 체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 사생활에속하는 일을 거론하는 일 등도 피한다. - P45

외교어법에서는 완곡어법euphemism이 흔히 사용된다. 에둘러 말하면거부감을 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의미가 왜곡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완곡어법은 또한 문화·언어·나라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 P49

외교관은 칭찬의 달인이다. 누군가의 무엇에 대해서도 좋게 말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정도의 칭찬으로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대화를 풀어나간다. 몸에 밴 습관이다. 마크 트웨인은 "나는 칭찬 한 번들으면 두 달은 살 수 있다"고 농담했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고, 칭찬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런데 칭찬은아부와 다르다. 외교어법에서 아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 그럴까?

○ 칭찬은 선의로 하는 것인데, 아부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

○칭찬은 사실에 근거하는데, 아부는 그렇지 않다.

○칭찬은 건전한 것이지만 아부는 간사한 것이다. - P51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어법이다. 외교에서는 사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 침묵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때 가만히 있을걸‘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미국의 문명사학자 듀란트(1885~1981)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외교술의 절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각은 많이 해도 말은 많이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외교관들의 모토다. - P58

함축 어법을 쓰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중에 부인하는 것이 용이하다. 일단 말해 버리면 그다음에는 부인할 수 없다.

○말하지 않고 남겨 놓는 부분이 있어야 선택지나 행동반경이 좁아지지 않는다.

○다 말하면 의도가 노출되어 불리해진다.

○체면 손상을 피할 수 있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해 상대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상대가 미루어 짐작하게 만들면 나중에 직접적인 책임이 돌아오지않는다.

○함축적으로 말하면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 P58

외교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명시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용하는 기법이 모호한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중 해석이 가능하도록 한다.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사용하는데, 후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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