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갑부가 정치인들을 포섭해 베이징의 의견을 지지하도록 호주 정치를 주무른다는 기사로 호주 언론이 도배될 때, <글로벌타임스>는 호주의 일부 평론가들이 ‘지나친 중국 공포증‘과 반중 편집증을 조장한다는 논평을 실었다. 말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만일 호주가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중국의 안보를 헤치는 행동을 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평소처럼 위협적인 논조로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평소에도 중국 지도층이 거침없이 쏟아내는 감정을 그대로 싣는 일이 많은데, 호전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은 2016년 6월호주 정부가 남중국해 관련 국제중재재판소 결과를 존중하라고 중국에 요청하자 호주를 맹렬히 비난했다. 영국의 해외 감옥이었다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들먹이고, 남극에 대한 호주의 권리 주장을 위선이라고 공격하고, 호주는 경제적 이익이 걸릴 때만 중국에 아첨한다고했다.

 또한 ‘중국은 반드시 호주에 복수해야 한다‘고 하며, 호주는 ‘종이 호랑이‘ 축에도 못 든다고 마무리했다. 호주는 기껏해야 종이 고양이‘, 오래 버티지도 못할 종이 고양이에 불과하다고 깔아뭉갔다. 중공의 반응을 그저 웃어넘길 수도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로 넓히려는 공격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 P142

중공과 밀접한 중국계 호주인 일부가 호주 정치 기구에서 중요한 자리를차지하고 있다. 점점 그 수는 늘고 있다. 지금은 많지 않으나 이 추세대로 가면 베이징 대리인들이 호주 정치를 장악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호주 정치를 흔드는 중심지는 뉴사우스웨일스주 노동당이 될 것이다. 중국과 호주노동당의 관계는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현재 뉴사우스웨일스 노동당 대표인 루크 폴리 Luke Foley가 베이징이 원하는 쪽으로 정치적 노선을 바꾼 것 같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있다. 

2017년 9월 루크 폴리는 황상모와 친분이 있는 상원의원인 어니스트 윙과 나란히 선 자리에서 호주가 시진핑이 중국의 잉여 자본을투자해 전 세계 인프라를 개발하려고 구상한 원대한 전략, 일대일로에참여하는 일을 망설인다고 비난했다.폴리는 중공의 표현을 빌려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이 중국과 호주의 우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의 선례를 좇아 즉시 일대일로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폴리의 동료이자 차기 당대표로 점쳐지던 노동당 샛별 크리스 민스Chris Minns는 제임스 저우 James Zhou를 참모로 기용했다. 제임스 저우는 중국평화통일호주추진회 부회장으로 황샹모와 두터운 친분이 있었다. (또한 크리스 민스의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사업체도운영했다.) 크리스 민스는 어니스트 웡을 존경했고, 2015년 황샹모의 또다른 통일전선 조직과 중공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다녀왔다. 노동당예비 내각의 연방 재무장관인 크리스 보웬도 동행했다. 크리스 보웬은2017년 9월에 노동당 정부가 북부호주인프라기금을 일대일로와 연결할 것이라는 내용을 은근히 드러낸 연설을 한 인물이다.
- P143

학문의 자유와 지식의 독립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호주중국관계연구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공이 아무리 학문의 자유를 사회를 ‘오염시키는 서구의 개념으로 비난해도 제대로 된 대학이라면 기부자가 대학교 교원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두둑이 쌓인 현금 다발만 쳐다보는 호주의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시드니공대도 대학의 진정한 역할에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호주중국관계연구소는 스스로 ‘완전히 독립적이고 학문적으로 엄격하고 투명한 연구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시드니공대는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재정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맨 처음 180만 달러가 기부된 이후 자금 상황이 어떤지 현재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시드니공대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학자 중에도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세미나와 출판물이 중국 정부가 하는 당 선전물들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중국 전문가인 호주 라트로브대학교의 제임스 레이볼드 James Leibold 교수는 시드니공대가 황샹모에게 호주중국관계연구소 이사회 의장직을 맡긴 것이 실수였다며 "연구소가 중국계 호주인 공동체에 중공을 선전하는 비밀 선전기관이 되었다" 고 솔직하게 평가한다. 물론 봅 카와 시드니공대는 이런 평가를 부인한다.
- P155

호주 최고의 중국 언론 분석가인 존 피츠제럴드와 완닝 쑨은 "레닌주의 선전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상대를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거나 방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호주 언론사 협약은 중국이 서구 체제의 개방성과 주류언론의 위태로운 재정 상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보여준 놀라운 사례였다.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 국가 중 176위로 평가된 중국이호주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협약에 대해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신뢰하는 기관들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P167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정체를 정리하면 이렇다. 베이징의 지원을받아 합법적인 연구 기관으로 위장한 선전 집단이며, 최종 목표는 호주의 정계와 정책에 미치는 중공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연구소를관리하는 대학은 돈 욕심에 눈이 멀어 학문의 자유와 참된 실천의 약속을 저버리고, 연구소를 책임지는 전직 정치인은 자신이 베이징의 얼마나 귀중한 자산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 P174

존 하워드는 1970년대 일본 투자에 대한 불안과 오늘날 중국주인이 기질적으로 외국의 영향력을 불편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기만 중국의 투자에 대한 의심은 정치적 진실에 근거한 것이다. 호주를장악하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전체주의 정권이 호주를 조종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다.

사실 호주는 위태위태한 비영리 기업을 겨냥한 중국의 투자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또 응당 적용해야 한다. 제이컵슨과 파커가 중공을 변호하자 조금 더 물정에 밝은 제프 웨이드는 중국이 "전세계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더 빨리 확대하려고 노골적으로 경제력을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가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의심할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이나 미국, 일본의 투자자들은 해외무역과 투자를 통해 다른 나라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에 동조하는 정책을 세우도록 강요하는 일당독재 국가 출신이 아니다. 이들은 경제적관계는 정치 목적에 기여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은밀하고 기만적이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방식으로 일하지도 않으며, 본국의전체주의 정당을 대리해 기업에 파견된 당간부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중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호주는 중국의 투자와 다른 나라의 투자를 같은 것으로 바라볼 수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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