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내 오두막에서는 낮 동안은 주로 난로가 있는 마루방에서 지내게 된다. 지난가을 다람쥐들이 부지런히 월동 준비를 할 무렵, 나도 게으르지 않게 겨울철에 땔 장작을 마련하느라고 땀깨나흘렸었다. 유비무환,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일이 없다.

이 난롯가에서 읽은 몇 권의 책 중에서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감명 깊게 읽었다. 헬렌은 스콧 니어링을 만나 55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덜 갖고도 더 많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그들 두 사람 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자취는 남아 있는 우리에게 빛을 전하고 있다.

백 살을 살면서 세상을 좋게 만들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죽음을품위 있게 맞이한 스콧 니어링, 그리고 그를 만나 새롭게 꽃핀 헬렌은 그들의 건강과 장수를 위한 생활 태도를 이렇게 말한다.

적극성,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일과 깊은 호흡, 금연, 커피와 술과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칼로리와 저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이것들은 삶에 활력을 주고 수명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약과 의사와 병원을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 P172

《금강경》에서,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한다.
(應無所住 而生其心)."라고 한 말이나, "모든 생각의 자취에서 벗어난사람을 부처라고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바로 무심히 행하는 일을 기리는 가르침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주는 일이요, 나누는 일이다. 주면 줄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넉넉하고 풍성해지는 마음이다. 받으려고만 하는사랑은 곧 포만하여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우리들 마음속 깊이 깃든 사랑의 신비는 줄 때에만 빛을 발한다. 그러니 우리가 누구를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깃든 가장 아름답고 어진 인간의 뜰을 가꾸는 일이 된다. - P181

사람의 심성은 마치 샘물과 같아서 퍼낼수록 맑게 고인다. 퍼내지 않으면 흐리고 상한다. 많이 줄수록 많이 받는다. 주는 일 그자체가 받는 일이므로,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 줄뿐이다. 사람은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우리들 안에 잠들어 있는인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삼국유사》권5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제40대 애장왕 시절, 정수正秀라는 스님이 황룡사에 머물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볼일이 있어 삼랑사에 갔다가 해가 저물어돌아오는데 눈까지 내렸다. 천엄사 앞을 지나오려는데 거기 한 여자 거지가 맨땅 위에 해산을 하여 얼어 죽을 판이었다. 스님은 이광경을 보고 가엾이 여겨 그 여인을 온몸으로 안아 주었다. 한참을지나니 여인이 소생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 옷을 벗어 그 어미와아기를 덮어 주고 벌거벗은 채 황룡사에 달려와 거적으로 몸을 덮고 밤을 새웠다......."
- P182

현대인들은 대부분 덕을 쌓으려고 하지 않는다.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나머지 인간의 뜰을 가꾸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들은 곧 덕이다. 덕은 자기희생으로 쌓인다. 덕행은 영혼의 아름다움, 인간을 한없이 높여 줄 수 있는 디딤돌이다.
- P183

자기 자신과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쯤은 짐승도 할 수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낯선 타인까지도 사랑으로 그들의 일에 관계를 가지려는 것이다. 남을 사랑함으로써 자기중심적인 아집에서벗어날 수 있고, ‘닫힌 내가 활짝 열린 나‘로 눈을 뜰 수 있다. 내마음이 열려야 열린 세상과 하나가 된다. 

내 존재의 영역이 널리확산됨으로써 나의 세계가 그만큼 넉넉하게 형성되어 간다. 마음이 열려야 사람 속에서 인간을 캐낼 수 있고, 중생 속에 잠든 불성을 일깨울 수 있으며,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을 볼 수 있다.
- P184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 P190

우리가 수도하고 정진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래의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닦지 않으면 오염되는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본래의 진실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일가는 정진(守本眞心 第一精進)이라고 옛사람들도 말한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닦는 일과, 본래의 깨달음을 드러내기위해서 닦는 입장은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깨달음에 얽매여 본래의 깨달음을 망각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 P195

종교의 본질만이 아니라 온갖 사회 현상의 핵심은 말보다도 살아 있는 행동에 있다. 지혜와 사랑과 덕의 실천행. 특히 선불교의경우 절대적인 진리를 체험했다면 보편적인 현실 세계에까지 그진리가 확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게 살아 있는 법이요 진리이지,
일상에 구현되지 않고 혀끝에서만 맴돌고 있다면 그것은 선도 종교도 아니다.
- P206

가난이 미덕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가 맑은 가난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탐욕을 버리고 분수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지나친소비와 넘침에서 벗어나 맑고 조촐하게 가질 만큼만 갖자는 뜻입니다.

누가 진정한 부자인가? 가진 것이 많든 적든 덕을 닦으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덕이란 무엇인가? 남에 대한 배려입니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