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 고민이 시작된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손편지
김정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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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친구들과 편지를 거의 주고받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는 손편지보다는 문자나 카톡으로 서로 연락을 하는 것이 편하고 빠르기 때문일까. 편지의 특성은 바로 쓰지 않고 여러 번 생각을 하고 쓴다는 것이다. 말로 하는 것이 편할 때도 있지만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진심으로 다가갈 때가 있다. 우리들에게 편지는 어떤 의미일까.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엄마와 다투고 속상한 마음으로 학교에 가 아무 생각 없이 도시락을 꺼냈는데 엄마의 편지가 있었다. 친구들과는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엄마와는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았기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 이유는 엄마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일인데 진심을 담은 글을 보면서 얼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처럼 말이 아닌 글이 주는 힘이 클 때가 있다.

 

 

성장기의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부모의 관심이 아이들에게는 간섭으로 다가오고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라 해도 아이들은 귀를 닫는다. 가족임에도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 저자는 아이들과 글로 소통한다. 편지의 형식을 빌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다. 공부 고민, 친구관계, 사춘기로 몸과 마음의 급격한 변화를 맞아 힘들어하는 자녀에게 조언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섣부른 위로나 충고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부모이고 어른이니 이렇게 하라도 지시적인 내용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고민에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알기 위해 자녀를 준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마음대로 하려는 것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일임에도 가끔은 아이로 인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이 성장통을 겪듯 우리들도 부모라는 이름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엄마 때문이야.'' - 본문 199쪽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이야기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나 때문이니라고  이야기할 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럴 때 아이에게 뭐라고 편지를 쓸까.

차 뒤에 '초보 운전'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곤 하지. 운전을 처음한 사람이 서툴 듯, 수민이를 낳던 그 순간에 처음으로 엄마가 된 나도 서튼 '초보 엄마'였어. - 본문 201쪽

엄마는 슈퍼맨이 아니다. 엄마이지만 부족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편지를 쓴다. 어쩌면 우리들은 완벽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실수를 하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성장기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글로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엄마의 글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지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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