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
헤르만 헤세 지음, 구기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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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일이 많다. 책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 책을 읽는 나도 그다지 많은 변화가 없음에도 책이 다르게 다가오는 일이 많다. 미처 보지 못한것을 보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게된 삶의 지혜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지만 미처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나에게만은 좋은 고전으로 남지 못한다. 내가 보지 못한것을 알지 못한체 책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사춘기때 등장인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사춘기때 만났던 싱클레어는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으로 혼란스러울때가 있다. 그 모습이 진짜 나인지, 아니면 나의 허상인지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이 나조차 몰랐다. 그래서일까. 그때의 싱클레어는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존재라 생각했다. 지금 내게 주어진 행복한 테두리 안에서의 나는 누구보다 온순한 존재이지만 그 테두리 밖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 또다른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야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쉽게 읽었던 책은 아니다. 그 때 만났던 싱클레어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나는 싱클레어가 아니다. 싱클레어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알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때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가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선과 악으로만 구분할수 있을까. 한 사람의 내면에는 두 개가 공존할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했던 책이다. 청소년기의 내가 가졌던 문제의 답을 아직도 찾지 못한 어른이다. 평생 우리들이 풀어야할 숙제같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났던 것처럼 내게도 데미안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실제 존재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 안에 숨어있는 데미안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그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행할거라 생각한다. 아니, 악에 가까운 마음이기에 그런 생각조차 안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세였을까. 청소년기의 일기장을 보면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이야기와 누구나 알만한 문장들을 적어 두었다. 어쩌면 싱클레어를 이해할수 있을거라 말하는 지금이 허세일지 모른다. 그때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싱클레어의 아픔을 함께 느끼던 시간들이였다. 데미안을 다시 읽으면서 지금의 데미안이나 싱클레어보다는 청소년기에 만났던 그들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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