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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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여러번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다른 사람의 권유이기보다는 내가 원해서 읽는 일이 많다. <변신>은 청소년기 이후에 여러번 읽은 책중 하나이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작년에 읽은 책임에도 다시 읽으면서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했다.'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변신. 한번쯤 사람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상상을 해볼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 여러번 본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나무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한것이 생각난다. 이렇듯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길 상상하지만 흉측한 벌레로 다시 태어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벌레가 아니더라도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니 다른 생명으로 변해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평범한 샐러리맨 그레고르 잠자의 변한 모습을 보고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충격을 받는다. 가족들의 충격은 더 크다. 아들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된 엄마는 사람 살리라며 소리를 지르며 달아난다. 이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우리들은 자신있게 흉측한 벌레를 보듬어주며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정말 현실적인 반응들이기에 우리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지 모른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 잠자가 그런 모습으로 변했으니 그레고르 잠자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생활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슬픈 현실이다. 그렇지만 모습은 변했더라도 자신의 아들이자 오빠인 그레고르 잠자를 잘 보살펴 준다. 하지만 나중에는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린다.

 

가족은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지언정 품어주는 것이 가족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는 것은 견딜수 있지만 가족들에게 버림 받는 사람들은 삶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흉칙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자바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가족이 아닌 것일까. 이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인 것일까. 가족조차 외면할수 밖에 없는 현실일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의문을 가진다. 열심히 살았지만 그레고르처럼 벌레로 죽어갈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은 흉측한 벌레로 변했지만 분명 인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혼란스럽다. 벌레의 몸으로 인간의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일까? 생각이 먼저인 것인지, 몸이 먼저인 것인지 그레고르 잠자조차 혼란스럽다. 더 슬픈건 가족들의 무관심으로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책을 나라는 같은 사람이 읽지만 매번 읽을때마다 느낌은 달라진다. 학창시절 처음 읽었을때는 단순히 한 남자가 벌레로 변하고 결국엔 가족들에게 버려진다는 피상적인 내용들이였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날때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보고 이 작품에 미친 영향까지 들여다 보게된다. 물론 지금도 온전히 내가 그레고르 잠자와 프란츠 카프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몇 년이 흘러 다시 변신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에게는 기분 좋은 숙제로 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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