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정신의 확산 바다로 간 달팽이 15
박영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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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박영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났을 것이다. 나또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있다보니 작가의 전작들을 만났었다. 같은 작품을 읽더라도 나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것이 다르다. 청소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지만 오래전 일이라 무감각해질수 있는데 그 또래의 아이들이 있다보니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해서 대상이 한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성질이나 품행 따위가 좋지 않고나 고약하다는 뜻의 '못되다'. 우리들은 당연히 이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간혹 못된 사람을 만날때면 우리들은 외면하고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못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못된 아이로 보이는 '조'는 학교전체의 '셀러브리티'이다. 조를 경멸하면서도 그 아이를 선망하고 자신들이 이룰수 없는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 이 책의 화자도 조를 좋아한다. 그 아이를 가까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역할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여자치고는 큰 덩치에 의도치 않은 일로 인해 아이들이 멀리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다. 부모님이 각자의 배우자를 만나면서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의 가까운 곳에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처럼 가정이 파괴되고 새로운 가정을 맞이하면서 찾아오는 혼란스러움이나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한다는 단편적인 모습을 말하고 있지만은 않다. 물론 눈에 보이는 일들은 그런 것들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나'는 끝없이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다. 안되는 일인지 알면서도 '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일이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악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못된 정신은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지. 모두 꼼짝 못하게 말이지. 그래서 그 편에 서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되지. 말하자면 이기는 편에 서고 싶은 욕망, 그게 이 세계의 모순이기도 하고.

(중략)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못된 정신이 확장될 때가 있고, 착한 정신이 확장돨때가 있는 것처럼……. 그게 인류고, 그게 인간이지. - 본문 194쪽

 

악의 상징이자 못된 정신의 '조'는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화려한 미사어구로 '나'를 끝까지 자신의 일에 끌어들인다. 거역할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책에서의 언급처럼 한 사람의 정신뿐만 아니라 인류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착한 정신은 상대적으로 약자이다. 힘도 약하고 아무리 큰 소리로 말해도 악의 소리에 묻히고 만다. 하지만 '나'가 혼란스러움을 겪고 힘들지라도 못된 정신을 이겨내려 했듯이 우리들도 못된 정신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한다면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조'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상대하기 버거운 강한 힘의 악이 아니라 시시하고 별거 아닌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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