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히 리베 디히 바다로 간 달팽이 12
변소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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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사랑해'라는 말은 여러 언어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또한 영어 울렁증이 있지만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 독일어, 일어, 중국어 등의 언어로 말하는 '사랑해' 라는 말은 알고 있다. 어쩌면 인사말보다 더 많이 쓰이는 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들을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히 리베 디히>에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독일로 간 성숙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으로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 집이 아닌 다른 집에 살고 있는 성숙과 남편 카이. 이제 남은 사람은 아들 팀 뿐이다.  성숙은 고3 아들 팀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전체적인 이야기보다 '팀'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고3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수능이 끝난 즈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우리의 아이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 고생이 심하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기 이전에 무조건 공부하는 아이들이다. 그 날의 시험결과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을 결정되는 것이 아님에도 모든 것이 끝난것 같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들이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와 많은 차이기 있다. 확실히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연애는 사치라는 말을 한다. 고등학생이 이성을 사귀는 것을 곱게 보는 일은 없다. 팀과 성숙의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나를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와서 자도 되냐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만약 우리의 아이들이 그런 말은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일까. 

 

"사랑이 종교야? 사랑을 왜 믿어야 해? 사랑은 믿는게 아니라 그냥 해 버리는 거야!" - 본문 137쪽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성숙은 분리불안 증상이 있다. 무의식적인 불안감이 있어 40이 넘은 나이에도 세수를 하지 못한다. 눈을 감고 있는 짧은 순간에도 두려움과 공포가 찾아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독일에 오는 바람에 아버지를 혼자 남겨 두게 되었고 이제는 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 아들에게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불안정한 가정속에서 자라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싶었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불안한 사람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엄마 성숙과 독일인 아빠 카이 사이에서 태어난 팀. 요즘은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더 많은 혼란을 겪지 않을까한다. 팀은 자신이 놓여 있는 많은 문제들로 힘들어하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풀어가고 있다. 고3에게 놓은 현실적인 문제와 흔들리는 가족의 위기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 안에서 정장해가는 팀을 만나며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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