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은 정말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다들 술을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친구중 한명이 목사님 딸이였기에 우리의 일탈(?)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정말 끈질기게 뭉쳐 다녔다. 함께 지낸 시간들이 많아 다들 결혼을 늦게 했는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한 친구는 한명 뿐이고 다른 친구들은 서른 전후로 결혼을 하였으니 우리끼리 노는 것이 정말 좋아 남자들을 멀리했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줄리아나 오자매처럼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못난이들이였기에 주변에 남자가 없어 우리끼리의 시간을 누렸는지도 모른다. 

 

 

가요계에 '용감한 형제'가 있다면 문학계에는 '용감한 자매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용감한 자매'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필명만큼이나 용감한 책이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보고 용감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다. 우리들은 친한 친구라도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조금씩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책속의 언니들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조금은 아니 많이 다른 성향의 오자매를 만나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줄리아나 나이트 클럽의 죽순이라 불리는 오자매. 이야기의 화자인 송지연과 김정아, 박은영, 이세화, 황진희는 대학시절 정말 신 나게 논 친구들이다. 지금은 40대에 접어든 주부이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대를 나왔고 다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 명문대 출신 경제 연구소의 연구원과 결혼한 지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정아,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은영.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40대의 여성들이다. 물론 많은 상처를 받고 지금도 곱지 않은 시선들 때문에 힘든 진희가 있다.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줄리아나 나이트 클럽이다. 함께 지낸 시간들은 그들에게 추억을 선물하였고 지금까지의 인연을 만들어주고 있다.

 

40대의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지연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송지연 선생님이신가요?"

6학년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전업주부로 살던 그녀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낯설다. 그 한통의 전화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국문과를 졸업한 그녀가 <줄리아나 1997>이라는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책하고 놀자'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출연을 제안한 것이다. 그 방송을 계기로 만나게 된 진수현. 그와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과 태풍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유 없이 생긴다. 막기 어렵다.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다. 모든 걸 휩쓸어버린다. 거셀수록 피해도 크다. 제아무리 거세도 결국 소멸한다.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온다. - 본문 76쪽

 

40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여자'라고 느낄때가 몇번이나 있을까. 우리들은 아줌마라는 또다른 이름에 익숙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우리들에게사랑이라는 것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누구의 아내이고 엄마인 우리들에게 그런 일은 상상도 할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개 말을 한다. 내 입장에서는 송지연과 진수현의 만남보다는 유부녀와 유부남의 만남으로 생각되는 것이 어쩔수 없나보다. 이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아직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 상권에서 밝혀지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같은 진수현의 말이 궁금하게 만든다. 이들의 만남은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한계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들의 만남이 부러운건 왜일까.

 

우리들은 표면에 드러난 모습만을 볼때가 많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귀찮은 것일까.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만을 본다면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좀 놀아본 언니들의 이야기라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직업이 무엇이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엄마와 아내로 사는 여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그들의 삶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좀 놀아본 언니들은 40대 다른 여성들과의 삶과 좀 다르길 바라는데...아직 하권을 읽지 않았기에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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