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사라졌어요 맹&앵 동화책 12
고정욱 지음, 윤희동 그림 / 맹앤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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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라는 말은 참 정감있다. 애정이 가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속에서 꼴찌로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떤 것이 기준이길래 사람을 꼴찌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누군가와 끝없이 비교당하고 다양한 평가기준으로 서열을 매긴다. 그 평가기준이라는 것이 보통 성적이나 공부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다양성을 인정하기보다는 하나의 평가기준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공부 못하는 것이 큰 죄가 아님에도 언제부터인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죄인처럼 주눅들어 있다. 열외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꼴찌 병태가 사라졌다. 병태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병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는 응답이 나온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수업을 해야하기에 더이상 확인하지 않는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꼴찌 병태가 사라진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이렇게 한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데도 아이들과 선생님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병태는 왜 사라진 것일까. 공부 잘하는 지훈이가 할아버지 칠순 잔치때 보여줄 재롱으로 개그를 하고 싶다고 한다. 평소 다른 친구들을 잘 웃기는 병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친구의 부탁이라 지훈이네 집에 함께 가서 열심히 도와준다. 지훈이의 아빠는 병태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반에서 몇등을 하는지 궁금한가보다. 

 

"쟤는 몇 등이나 한대? 반에서."

(중략)

"쉿! 반에서 꼴찌래." - 본문 27쪽

 

우연히 지훈이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은 병태의 마음은 편치않다. 꼴찌를 하고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병태도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모르고 일을 하는 엄마는 늘 바쁘기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학원갈 형편도 되지 않으니 공부는 포기 상태인 것이다. 꼴찌라는 소리를 들으니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보인다. 거기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는 계속 잔소리만 한다. 이런 엄마도 야속하고 공부 못한다고 친구 부모님에게 무시를 당하니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 그길로 헤어져 살고 있는 아빠에게로 가는 병태.

 

간혹 아이들이 친구를 데리고 오면 넌지시 공부 잘하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어쩔수 없는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평소에는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친구가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아쉬운 표정을 짓게 된다. 공부로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은연중에 나또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부산으로 훌쩍 가버린 병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동화속 이야기들은 거의 해피엔딩이다. 뻔한 이야기라 말할수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전하고 있어 우리들은 마음이 놓인다. 꼴찌 병태가 아니라 같은 반 친구 병태로 돌아오고 아이들도 병태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드물다. 꼴찌는 그낭 꼴찌일 뿐이다. 교실 안에서는 그것을 벗어나기 힘들다. 책속에서는 가능하다. 우리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언제가 책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태네 반 아이들이 공부가 아니라 그냥 같은 반 친구로 서로 어울리듯이 우리의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행복하게 지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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