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문학의 즐거움 44
우현옥 지음, 흩날린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태어난 고향이 서울이라는 것에 가끔은 불만(?)을 가질때가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친구들의 추억담을 들으면서 드는 부러움을 어쩔수 없나 봅니다. 물론 지금과는 다르게 동네에서 친구들과 흙을 밟으며 뛰어놀수 있었지만 주변에 산과 들이 없으니 그냥 골목길에서는 노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태어난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들어보면 이 책에서의 친구들과 비슷한 놀이(?)를 하며 자랐습니다. 항상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부러움이 더 커집니다.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이라는 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을 읽으면 '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정이라는 한자를 보면 '마음 심(心)이' 보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읽는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고 마음 속에 따스함이 흐릅니다. 책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마음이 우리들에게도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똥장군을 지고 양손에 똥바가지와 거름통을 들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봉희의 아버지. 싫지만 삼태기를 들고 아버지를 도와 함께 가는 봉희. 아이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장면입니다. 지금은 볼수 없는 모습니다. 가장 더러운 것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쓰이는 것입니다. 더럽지만 묵묵히 일을 하는 아버지를 기특한 봉희는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이 놀려도 당당히 맞섭니다. 물론 친구들도 악의를 가지고 놀리는 것은 아닙니다. 늘 티격태격하지만 학교도 함께 다니고 동네에서 노는 친구들입니다.

 

봉희, 종대, 상구, 덕주, 순애는 지금의 아이들과는 노는 모습이 다릅니다. 그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가 되고 늘 새로운 놀이를 하는 아이들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논다라는 말을 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 공간안에 있지만 놀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휴대폰을 가지고 뭔가를 하면서 아이들은 함께 논다라는 말을 합니다. 가끔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에 마음이 아프네요.

 

친구들과 산에 가서 호드기를 만들어 불며 노는 봉희와 친구들. 상구는 옻나무로 만들어 불다가 입이 퉁퉁 부어오릅니다. 친구들은 알면서도 상구의 피리가 제일 멋지다고 바람을 불어놓으니 상구는 그것도 모른체 계속 불기만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사건 하나하나는 우리들에게 웃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문제아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연속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를 위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들의 마음도 포근해집니다.  

 

"이기 웨하스라카는 기다. 납딱한 과자 사이에 억수로(정말로) 단 크림이 들어가 있는데, 함 묵어 봐라. 폭신폭신한게, 희한하게 맛나데이." - 본문 23쪽

 

지금은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봉희와 친구들에게는 웨하스가 이 세상 어느것과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의 맛을 지닌 과자입니다. 처음 웨하스 맛을 보는 친구들의 반응은 대단합니다. 이렇게 과자 하나도 나눠먹는 예쁜 친구들이랍니다.

 

제가 가지지 못한 경험이고 아이도 가져보기 힘든 경험이라 우리는 부러워하며 읽은 책입니다. 읽으면서 마음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입니다. 표지의 그림처럼 아이의 마음 속에도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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