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문학동네 청소년 18
이동원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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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표지를 눈여겨 보게 된다. 구름위에 앉아 있는 두 사람. 뒷 모습만 보이고 있는 소녀와 중절모를 쓴 멋쟁이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것을 자세히 보니 야구글러브이다. 또 피자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누군가는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그리고 한 소년. 왠지 내 눈에는 이 소년이 날라오고 있는 야구공을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문 투성이 인물들. 서로 조합을 이루지 않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얼른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달려온 과일 장사 트럭이 코 앞까지 와있고 시간이 정지해버린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말을 할수 없고 트럭 운전사의 얼굴은 텅빈 터널처럼 보이는 꿈에 시달리는 조. 의문의 사고로 지난 기억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수다쟁이 조. 말을 할 수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누구보다 말을 잘하는 그의 닉네임은 수다쟁이 조이다. 수다쟁이 조의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며 들려주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아버지는 좋은 목사님이지만 조는 그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 분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에게 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고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의 존재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방학전 사고로 방학내내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간 학교는 낯설기만 하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의 낯설음보다는 친구들이 자신을 낯설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 담임선생님이 자신에게 말해 준 것은 자신의 사고 전에 같은 반 친구 윤여울이 심장마비로 음악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뿐이다.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수다쟁이 조는 힘들어지는데...

 

진실이란 건 텁텁해서 잘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자꾸들 진실을 외면하려는 게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살려는 거지. - 본문 130쪽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에서 놓칠수 없는 것은 야구이지 않을까한다. 야구라는 경기를 통해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연결하는 것은 야구이다. 수다쟁이 조도 아버지와 얽혀버린 관계를 풀어가는 것도 야구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경기라 그런지 야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자기 공을 믿는 기라. 똑같은 공이라도 자기가 던지는 공을 믿지 못하는 투수의 공은 가볍다. 공이 다 똑같은지 뭐가 가볍냐고? 아이다. 믿음을 갖고 던지는 공은 그 믿음만큰의 무게가 더해진다. 그런 공은 타자가 쳐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묵-직하거든." - 본문 94쪽

 

청소년 소설을 마주하는 것이 가끔은 두려울 때가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이 보여 숨고 싶을 때가 있다.  할아버지나 온라인 상에서 만난 엘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믿어주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다. 지우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낳은 일들일지라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하는 조와 반장. 오히려 아이들이 더 솔직하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실수는 하고 용서하기 힘든 일을 벌일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용서하기 힘든 것은 본인 자신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이 할수 있는 것은 같이 용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용서할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일 것이다.

 

사실, 마음이 아프다. 여울이처럼 고운 친구가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현실이 아직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직도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수다쟁이가 되고싶은 아이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입을 막고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늘 시한폭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언제든, 무슨 말이든 들어줄수 있으니 수다쟁이가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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