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아이들 바다로 간 달팽이 5
데이비드 L. 메스 지음, 정미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태원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흉터였다. - 본문 125쪽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이태원에 많이 가보지는 않았다. 글쎄 지금 이태원을 찾아간다면 예전의 아픔을 내가 느낄수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이태원은 활기 넘치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거리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잊고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상처투성이 이야기를 읽으며 상처받은 그들을 보며 우리들이 오히려 위안을 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이라 그런지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 자신의 경험인듯 생생한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 혼혈인인 작가의 아내의 아픔이 조금씩 묻어나서이지 않을까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고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의 아내. 주인공 병석이의 행로와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깜둥이. 1960년 서울 시내의 뒷골목 지저분한 시궁창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버지가 이름은 남겨주지 않았지만 거무스름한 각인 하나만은 확실히 남겨 주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낳고 숨을 거두고 아이를 받은 노파는 아이에게 병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병석이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다. 사람들은 깜둥이라 부르며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 땅에서 떠나라는 말만 할뿐이다. 결국 그 아이가 할수 있는것은 구걸을 하는것뿐이다. 왕초라 불리는 비열한 그에게 구걸하여 받은 돈을 바치는 많은 아이들중 한명으로 살아가던 병석.

 

"저도 꿈을 가져도 돼요?" - 본문 55쪽

 

늘 어둠속에서 지낼것만 같았던 병석에게 한줄기 빛이 비친다.우연히 만난 장용구의 소개로 여관지배인으로 일하는 임우재를 만나게 된다. 이제껏 멸시만 받던 그가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영화관에에서 과자 한봉지를 쥐어주고 올때까지 기다리는 말을 믿으며 엄마를 기다리던 또 한명의 혼혈인 미희도 병석이처럼 우재의 여관으로 오게된다. 어둠 속에 있던 그들에게 꿈을 꾸게하고 책을 사주며 글도 알려주는 우재 아저씨. 버림받고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던 그들의 포근한 안식처도 오래가지 못한다. 우재와 결혼 하려 옥화로 인해 광화문을 떠나 결국 상처많은 이태원으로 가게 된다.

 

광화문에서 우재 아저씨의 사랑으로 힘든 시간을 버텼다면 이태원에서는 절뚝이를 만나 이들은 힘든 시간들을 이겨낼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사랑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것일까? 주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고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인다. 이태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 않았고 원해서 태어난것이 아니라며 절망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 사람들은 절대 우릴 원한 적이 없어."

"우릴 사랑했던 적도 없어." 

 

아주 오래전 이태원의 모습이고 이태원이 가진 흉터일뿐이라고 지나치듯 말할수 있을까?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상의 병석이와 미희. 우리는 모든이들에게 우재나 절뚝이 아저씨같은 사람이 되라고 강요할수는 없다. 정사장이나 왕초같은 사람이 될건인지 우재,절뚝이 아저씨가 될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나마 마지막장을 넘길수 있는 것은 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들이 그리던 꿈도, 보고 싶었던 우재 아저씨도 이제는 그들 곁에 함께 한다. 상처받은 병석이와 미희가 우리를 위로하며 도닥이고 있다.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입에 담을수 없는 말을 했던 우리들을 용서하는 병석이와 미희.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우재와 절뚝이 아저씨가 될수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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