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지의 부엌
니콜 모니스 지음, 최애리 옮김 / 푸른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부엌이라는 공간이 집안의 주방이라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어릴 적엔 완전히 따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시면 새 모이 받아먹는 것처럼 옆에 앉아 이것저것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차피 식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도 엄마가 하는 모습을 보며 얻어 먹는 것이 왜이리 행복한지. 지금이야 엄마가 많은 식구들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겐 행복이였습니다. 부엌이라는 곳은 저에게 그런 공간이였습니다. 간혹 엄마몰래 달고나를 해먹다 집안의 국자를 태웠던 기억도 있고 간혹 혼나면 부엌 한귀퉁이에 앉아 훌쩍거리던 기억이 있는 공간입니다.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단지 배고픔을 잊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다보니 단지 입으로만 먹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보는 내내 영화로 만들면 참으로 볼거리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샘이 만드는 음식을 글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종종 책을 읽으며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영화로 나와도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간신히 추스리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는 어느 날 남편의 아이가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 요리 평론가 매기 매켈로이. 오랜 전통의 후계자인 요리사 샘 량. 이 둘의 만남과 이들이 음식을 통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도 음식과 부엌이라는 공간도 우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가족을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음식이었다. 음식은 관계의 지렛목 같은 것이었다. 모든 식사는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 본문 249쪽

 

우리도 친한 사람들끼리 늘 하는 말이 "언제 밥 한번 먹자!" 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게 됩니다. 샘과 매기도 음식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모습도 찾아가게 됩니다. 우리들은 그들의 만남을 보며 어쩌면 결과를 예측할수도 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고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만남과 사랑에 수긍하게 됩니다.

 

저희는 저녁식사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먹으려 노력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는 광고 속 이야기를 우리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느낍니다. 샘과 매기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음식을 먹으며 요리를 하는 과정을 통해서일 것입니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엌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고 우리의 이야기도 묵묵히 들어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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