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바람을 가르다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박소명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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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이야기들을 만나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다. 우리 마음속에 이름 모를 분노가 생기고 그 시간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에게도 이런 큰 아픔이 있는데 그 일들과 마주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내 것임에도 내 거라 말할 수 없고 힘이 없어 뺏기기만 하는 상황들이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 속의 한 문장으로 조금 위안을 받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뺏겼으나 우리의 마음은 뺏기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뺏기지 않았다는 말이 우리의 아픔을 달래준다.

 

마음을 뺏기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뺏긴 게 없다. - p.155 



 

아픈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오현이는 어릴 때 집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한다. 남자 어른들이 일본 탄광, 전쟁터로 끌려가 상쇠를 할 사람이 없어 농악대의 상쇠를 하는 엄마가 걱정이 된다. 아픈 몸으로 농악대와 함께 하고 있는데 일본 순사들이 찾아와 악기를 불태우고 사람들을 잡아간다. 오현이는 이런 상황들이 원망스럽다. 아픈 엄마를 위해 경성으로 가서 돈을 벌고 싶은 오현이는 필수 형 무리들과 가까이하게 된다.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경성을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물건과 돈을 훔치는 일까지 한다. 결국 주재소 유치장에 가게 된 오현이는 이모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이모의 조건은 가야금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엄마와 이모가 가야금에 목숨을 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더욱 하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대나무골에서의 생활은 몸이 힘든 것과는 달리 마음은 조금 편안해진다. 스승님의 가야금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속에 뭔가 꿈틀거린다.

 

"사람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 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마치 물과 바람과 같지. 음악은 연주하는 자신도 즐겁겠지만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 p 79-80



 

이모를 통해 들은 엄마의 과거, 부모님 만남에 대한 이야기들은 오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원망했던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과 스승님의 우리 악기에 대한 애정들은 오현이의 마음속에도 바람을 일으킨다. 이야기를 보는 내내 우리의 귓가에도 가야금 소리가 바람을 타고 온다. 일제강점기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보이고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현이의 곁을 떠났지만 오동나무처럼 세찬 바람과 마주하는 오현이를 응원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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