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6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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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작품은 학창시절 권장도서라 의무적으로 읽었다. <이방인>과 <페스트>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학교에서 내준 숙제였기에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는 죽은 쥐들의 모습이 가장 떠올랐다. 그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오래도록 남아있고 다른 것들은 크게 다가오지 않아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는 <페스트>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시기적으로 맞물려서인지 이런 상황을 우리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랑'을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의 평범한 도시라 소개하고 있다. 평범한 이 도시에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 베르나르 르외는 여느 와 같이 퇴근하는 길에 층계참 한복판에서 줄은 쥐를 발견한다. 쥐가 나올 곳이 아니기에 마음에 걸린다. 이것이 오랑시에 벌어진 불행의 시작이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사실이죠." - p.57

 

쥐와 사람들이 죽는 이유가 페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랑시는 폐쇄된다. 도시가 폐쇄됨으로써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우리들은 전화나 SNS를 통해 연락하지만 오랑시의 사람들은 편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게 된다.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고통이었다.

 

우리에게는 편지를 쓴다는 사소한 기쁨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 p.78

 

책에서는 폐쇄된 도시에서의 생활을 귀양살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으니 상상을 한다, 직접 기차를 탈 수 없으니 가차 타는 상상을 하고 제비가 나는 모습, 저녁때의 이슬방울 등 일상의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의 우리들도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시간을 기다린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니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피할 수 없다. 페스트가 재앙처럼 다가왔을 때 사람마다 그것을 대하는 반응이 달랐다. 의사 르외, 랑베르 기자, 파늘루 신부, 보건대의 타루, 시청 직원 로랑 등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인간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무능력함도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최선이다.

 

불안한 상황이니 불안함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흔들리고 동조하게 된다. 지금의 가짜 뉴스처럼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은 믿음을 갖고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안한 마음이 앞서 그들은 쥐를 죽인다는 명목 아래 사람들이 사는 집까지 불태우는 일이 생긴다. 흔들리지 않는 이성으로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지금 우리가 놓여있는 현실과 닮은 점이 많은 이야기라 어느 때보다 빠져들어 보게 된다.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닌 함께 모여 그들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페스트가 사라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한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 않고 우리들 곁에 살아남아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위해 언젠가 다시 찾아올 거라 말한다. 끝이 아니라 다른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며 불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며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대처할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것이 끝인 것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욕심의 시간을 갖는다며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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