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 부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2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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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준이 있는 것일까. 사랑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일까. 학창 시절 만났던 보바리 부인은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사랑은 순수하고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 믿었던 사춘기 소녀가 바라본 보바리 부인을 바라보기 힘들었다. 끝까지 읽었던 나 자신을 칭찬하는 우스운 생각까지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보바리 부인을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사랑이라는 것도 그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현실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했던 보바리 부인.

 

나는 어째서 저 여자처럼 반항하거나 애원하지 않았을까?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나중에 떨어질 깊은 늪도 깨닫지 못하고 명랑했다. 아아! 내가 아직 싱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을 때, 결혼 생활의 더러움이며 부정에 대한 환멸도 알지 못 했을 때에, 굳고 고귀한 마음에 나의 생명을 맡길 수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미덕과 애정과 쾌락이 하나로 녹아들어 한평생 그 높은 행복에서 굴러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아에 보이는 이러한 행복은 모든 욕망을 형편없이 초라하게 보이기 위해서 만들어낸 거짓일 것이다. 이제 그녀는 예술이 과장해서 보여주는 정열의 비참함을 알았다. - 본문 325쪽

 

세상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가면서 하나씩 알아간다. 누구나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을 채우며 살기 힘들다. 아니, 욕망을 채우려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그럼에도 욕망에 사로잡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다. 엠마의 사랑은 어느 순간 욕망으로 변해간다.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런 부분은 어쩌면 자신이 채워가야 할지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채워가야 할 부분까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우고 싶어 한다.

 

어릴 적 보바리 부인만을 바라보았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가 보인다. 그녀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주변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으로 자신의 채우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삶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니, 사랑에 대한 욕망을 멈추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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